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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예술의 산업화' 결실맺어

2001년 공연계 결산올 한해 공연계의 화두는 '문화의 산업화'로 귀결된다. 최근 영화, 뮤지컬, 대중음악 등 흥행에 성공하는 문화물이 양산되면서 문화도 상품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예술에 있어서의 경쟁 논리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사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순수 문화예술의 산업화 전망과 '문화의 세기'에 대응할 경쟁논리 탐색이 한 해 공연계를 지배한 주요 흐름이었다. 그 포문은 다름아닌 공공 부문에서부터 왔다. 정부가 문예진흥기금 모금을 2002년으로 앞당겨 폐지할 방침을 세우자 문화예술계가 한 해 동안 크게 반발한 것이다. 4월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금 모집을 금지하는 기부금품 모집규제법 개정안이 상정, 많은 예술인들을 거리로 나서게 했다. 이들은 각각 2년 유예 혹은 폐지로 결론이 났지만 안전 장치를 벗어야 하는 변화 기류를 체감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러한 조짐들은 먼저 예술인 각자가 안일한 제작 관행에서 탈피, 철저한 자구 노력으로 합리적인 공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자성으로 이어졌다. 투자와 경영 개념의 도입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서울발레시어터(SBT)는 선진국형 예술경영을 주창하며 전문 투자ㆍ기획사인 아시아 스타네트워크에게 공연기획과 마케팅 전체를 맡겼다. 또 국악인 김덕수는 '사물놀이의 세계화'를 담당할 문화벤처기업 '난장 컬처스'를 설립했다. 유라시안 필하모닉의 금난새, 대전시립교향악단의 함신익 등은 경쟁 논리에 걸맞는 마케팅 전략을 클래식에 성공적으로 도입,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구태 의연한 모습을 벗지 못해 실망감을 더한 경우도 적잖았다.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가 통합, 올해 처음 열린 서울공연예술제는 정진수 연극부문 운영위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등 진행상의 파행과 미숙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오페라 공연의 경우 대폭 늘어난 정부 지원금을 타기 위한 졸속 공연이 남발, 문화인과 관객 모두의 빈축을 샀다. 국립극장,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대표적인 공연장들은 나름대로 예술성과 대중성 접목을 고심했지만 국내 예술을 이끌어 갈 비전 제시에는 크게 미흡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스타급 음악가들의 공연이 잇따라 매진, 양적인 면에서는 급성장을 보인 듯 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청중 확보를 계산한 듯한 공연들을 주로 무대에 올려 새 관객 및 레파토리 개발을 염원하는 기대를 허탈케 했다. 쇼비즈니스에 가까운 뮤지컬 시장은 급팽창하는 현상을 계속했다. 비언어 퍼포먼스 '난타'는 400만달러(약 51억원)의 개런티에 미국 순회공연에 나서 국내 공연물의 세계 문화 상품화 전망을 밝게 했다.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도 원산지인 독일을 비롯, 일본과 중국에서 열린 초청 순회 공연을 통해 찬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뮤지컬 '명성황후'는 내년 2월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할 예정이며 신시뮤지컬컴퍼니도 독일 원산 뮤지컬 '갬블러'로 내년 5~6월 40일간 일본 순회공연에 나선다. 산업화에 뒤따라야 할 뮤지컬 전용 극장이나 뮤지컬 단체와 손잡은 투자 기업의 등장도 올해 들어 눈에 띄었다. 뮤지컬과 대중 콘서트 등에서 몇 차례 이어진 공연 펀드도 씨뿌리기에 성공, 내년도 전망을 밝게 했다. 또 제작비 100억원으로 화제를 모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연말 국내 무대에 올랐다. 이에 자극받아 예년에 비해 많은 뮤지컬이 겨울 관객몰이에 나섰지만 양적 증가가 질적 향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한편 산업화 기류를 타고 위상이 높아진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MBC TV의 한 시사 프로그램이 연예인의 실상을 왜곡 보도했다며 한달 이상 MBC 출연 거부를 강행하기도 했다. 이외에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안재욱, 베이비복스, NRG 등이 중국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인 점도 기억할 만 하다. 또 문화가에 불어닥친 '추억 열풍'은 설 자리를 잃어가던 30대 가수들을 무대로 다시 불러들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돌아온 30대'는 10대 위주로 점철된 음반 ㆍ콘서트 시장에 새 기운을 불어넣으며 가요 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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