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20거래일만에 주식을 내다 팔면서 지수를 1% 이상 끌어내렸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데다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 저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 매력이 낮아진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여전히 높아 외국인의 포지션이 추세적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1.87포인트(1.16%) 떨어진 1,868.04로 거래를 마쳐 나흘 연속 하락했다. 이날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세력은 외국인. 외국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147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여기에 선물 시장에서도 4,441계약을 순매도하면서 1,662억원의 프로그램 차익 매도를 유발시키는 등 선ㆍ현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동시 매도가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최근 증시의 단기 급등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진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단기 저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환차익 메리트가 떨어진 점이 주식 매도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환율이 1,100원 근처까지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의 환차익이 상당히 많았다”면서 “오늘 환율이 1% 이상 크게 오르는 등 단기 저점 부담이 있는 상태에선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증시가 1,900선까지 오르는 동안 제대로 된 조정을 겪지 않으면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이날 환율 급등이 차익 실현의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이날 순매도 포지션을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여전히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에 있어 쉽게 국내 시장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상원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0년도 평균 수준인 9.1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절대적 저평가 상태”라면서 “글로벌 펀드 내 한국 투자 비중을 따져봤을 때 외국인들이 추가적으로 30~39조원 정도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환율이 일시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양적 완화에 따른 원화 강세가 추세적으론 불가피해 외국인들의 환차익 메리트도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큰 흐름에서의 원화 강세는 중ㆍ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 원화 강세에 따른 수혜를 보거나 피해를 입지 않는 항공이나 유틸리티, 유통, 증권 등의 섹터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