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경색이 풀리자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 물량을 연중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이 수월해지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나 인수ㆍ합병(M&A) 등경기 회복에 발맞춘 공세적 경영의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남유럽 국가 재정 위기가 진정 분위기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금시장이 풀리면서 회사채 발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도 기업들이 직접 자금에 나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A)나 GMAC파이낸셜서비스와 같은 대기업 발행 회사채 물량이 주간 단위 연 중 최고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3월 들어 발행된 회사채가 지난 2월의 60%를 넘고 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존 론스키는 "이는 시중 유동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기업들은 유동성 기근의 고통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 이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시중 유동성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딜로직의 분석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은 정부 보증채를 제외하고 총 1,952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작년 동기의 1,668억 달러 어치에 비해 17% 늘어난 것이다. 지난 2월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만 선호해 일부 기업들은 채권발행을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요즘 자금시장에서는 그런 우려를 찾아보기 어렵다. 시중자금이 회사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 디렉TV 등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같은 외국업체들도 회사채 발행을 통해 미국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에만 277억 달러 어치의 회사채가 팔려 3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2월 중반 한 주에 72억 달러와 54억 달러 어치가 발행된 것과 비교하면 4~5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치러야 하는 리스크 프리미엄, 즉 미국 국채 이자에 추가해서 지불해야 하는 이자도 떨어져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어들었다. 또 금융위기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치르고 빌렸던 기존 대출을 조기에 상환화고 저금리 장기 회사채로 대체하고 있다. WSJ은 기업들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서 신규 투자나 고용이 증가하고 인수합병이 활성화되면서 경제전반에 활력이 살아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기업들의 재무상황이 개선되면서 투자 메리트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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