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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경영권 위기/크레스트 의도 뭔가] 겉으론 장기투자 속내는 경영개입
입력2003-04-14 00:00:00
수정
2003.04.14 00:00:00
홍병문 기자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크레스트 시큐러티즈의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이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SK㈜ 투자에 대한 소버린의 입장`은 사실상 SK에 대한 적극적인 경영참여 선언으로 해석된다.
소버린은 이 자료에서 지분매입 목적을 장기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지배구조,투명경영, 주주이익 극대화 등을 길게 언급하며 `과감한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밝혀 강도높은 경영참여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SK는 소버린과 경영참여 폭을 놓고 조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소버린이 주주이익 증대와 경영개혁을 위해 이사진 교체, 자산매각 등 SK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사항을 제시할 경우 SK와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소버린의 진짜 의도는 무엇=소버린은 당초 늦어도 지난 11일께에는 지분매입 배경에 대한 자사의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에 앞서 참여연대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만나 SK 인수합병 협조 요청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발표일정이 미뤄졌다.
소버린은 외국계 투자사에 의한 국내 재계3위 그룹 인수합병에 세간의 부정적인 시각을 인식한 듯 14일 자신들이 `SK 기존 주주 및 경영진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기투자자(long term investor)`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한국기업의 구조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과감하고 진보적인 움직임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이런 개혁작업을 지원하는 것이 소버린의 핵심임무라고 `거창한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이번 주식매집에 대해서도 “소버린의 목적은 주주가치를 확립하고 SK를 한국 기업지배 구조의 모델기업으로 변모시킬 수 있도록 SK 경영진과 건설적으로 작업하는 것”이라며 투자수익에 최우선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일단 소버린의 발표를 문자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크레스트의 SK㈜ 지분매입 목적은 증권업계와 재계 등에서 제기했던 적대적 M&A나 그린메일(매입지분을 경영진 등에게 고가에 되파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하지만 지분매입 과정에서 드러난 의문과 SK그룹의 지주회사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 단기간에 서둘러 지분 매입에 나섰다는 점 등을 미뤄 판단할 경우 수익창출을 위한 장기투자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감한 개혁 청사진 요구=소버린이 강도높은 개혁청사진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경영참여의 폭과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버린은 수익창출을 위해 SK의 `사업계획 재조정(refocused business plan)`과 `즉각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immediate corporate governance reform)`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개혁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줄 만한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까지 사용하는 등 적잖은 경영권 간섭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소버린이 관심을 갖고있는 것은 인물이 아닌 원칙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소버린측이 사내외 이사선임 등 경영진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밖에 기업지배구조와 함께 `수익성 없는 방만한 투자`, `자본배분 최적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등을 언급한 대목은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SK텔레콤과 SK글로벌 등 주요 계열사들과의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어 그동안 SK텔레콤 지분 매각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SK측 입장과 정면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버린이 요구하는 강도높은 개혁 조치가 SK측에 의해 거절됐을 때 추가 지분 매입과 인수합병을 언급하며 공세적인 태도로 전환할 가능성도 없지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99년 SK텔레콤 주요주주로 부상했던 타이거펀드가 주주가치 증대를 이유로 사외이사 참여 및 유상증자반대 등을 내세우며 SK텔레콤 경영계획 발목을 잡은 뒤 결국 그린메일로 1조원 이상의 수익을 챙겨 떠난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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