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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돌파력을 원하던 군의 숙원이 20년 만에 풀렸다. 지난 1994년 최초로 소요 제기된 '전투공병전차' 도입사업이 최근 결정된 덕분이다. 2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변한 것은 군의 요구 성능이 높아지고 이름이 '장애물개척전차'로 바뀌었다는 점 정도다.
국제적으로 장애물개척전차가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걸프전 이후부터. 아무리 강력한 전차부대라도 지뢰지대를 만나면 움직이기 어렵다는 전장의 교훈에서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신형전차 개발에 나섰다. 냉전시대뿐 아니라 2차대전에서도 대전차지뢰 돌파용 장비나 공병전차가 있었어도 보조전력에 머물렀던 반면 최근의 장애물개척전차는 전투의 최일선에 선다는 차이가 있다. 미국이 이런 용도를 지닌 전차의 이름을 전투공병전차에서 '강습돌파전차(Assualt Breacher Vehicle)'로 바꾼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육군이 진작부터 원했으나 고비마다 전력화가 취소된 이유 역시 '강습돌파'에 대한 이해부족 탓이다. 전투장비도 아닌 공병용 장비를 비싼 돈 들여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을 바꾸는 데 20년 걸린 셈이다. 다만 예전에 도입했다면 현시점에서는 구닥다리가 됐을 전투공병전차가 아니라 최신기술이 반영된 국산 강습돌파전차를 획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한국형 장애물개척전차는 개발에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1A1 전차의 차대를 사용하기로 이미 결정된데다 핵심 부품은 외국제를 들여올 예정이어서 이르면 오는 2018년부터 배치될 예정이다. 이 전차는 우선 긴 줄에 고성능폭약(C4) 700여개가 매달린 선형폭탄을 로켓에 실어 발사해 약 100m 구간의 대전차지뢰를 순식간에 파괴해버린다. 다음에는 선형폭판의 파괴로 확보된 통로를 따라 거대한 쟁기로 파내거나 밀어내며 전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전차부대의 최선두에 설 수밖에 없다. 전투를 담당하는 주력전차보다 높은 방어력이 요구되는 것도 가장 먼저 적의 공격을 받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최신장비가 우선 배치 받는 양평의 결전부대는 이 장비를 인수할 즈음이면 가히 아시아 최강의 전력을 갖추게 된다. 흑표전차에 K-21 보병전투장갑차, 대공미사일 시스템이 부가된 비호자주방공포, 자주박격포 등의 장비를 고루 갖춘 전차전력은 한국 이외에는 동북아에 존재하지 않는다. 항공전력만 빼고는 미군의 수준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일부 기계화보병사단만 이런 장비를 갖췄을 뿐이라는 점이다. 1950년대에 개발된 M48 시리즈 전차를 아직도 쓰는 전방의 주요 보병사단은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 장비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예산을 어렵게 확보해 신형장비를 도입하고 있으나 육군 전체의 기갑전력을 끌어올리려면 여전히 거대한 국방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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