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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회생 및 퇴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중소기업청 관계자)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개시한 업체 중 10%만 졸업을 할 정도로 졸업률이 낮다 보니 은행이 회생기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중소기업은행 관계자)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은행ㆍ중소기업중앙회 같은 중소기업 지원 기관 관계자들이 11일 법원을 찾아 중소기업 회생절차에 대한 애로사항을 털어놓았다.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 자금난이 심화돼 기업이 하루 한 개꼴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위기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회생절차 과정에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통합도산법이 도입된 2006년 이후 법정관리 신청 건수는 2006년 76건에서 2007년 116건, 2008년 366건, 2009년 669건, 2010년 630건, 2011년 712건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아직 관련 수치가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신청 건수를 넘어설 것으로 법조계는 관측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가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개최한 '중소기업 회생절차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중기청과 중소기업은행 등 관계자들은 법원이 기업 회생이나 파산절차를 간소화하고 실패한 기업인의 신속한 재기를 위해 부도기업 압류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영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회생계획이 인가되는 데 평균 270일이 걸리고 과정도 복잡하다"며 "기업은 그 사이 2,000만~5,000만원의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파산했을 때 우리나라는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과 6개월치 최저생계비 720만원만 압류재산에서 빼준다"며 "주택과 보험 상당액까지 면제범위에 넣는 미국에 비하면 매우 협소하다"고 덧붙였다.
박선규 중기은행 기업개선부장은 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의 정상화 비율이 낮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은 "회생 신청을 한 중소기업 중 회생계획 인가를 받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며 "인가기업을 기준으로 해도 회생절차 종결률은 20% 내외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6개월 내 일찍 절차를 끝내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기업 조기 정상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기는 하다"면서도 "이미 신용도가 바닥에 떨어진 기업의 완전한 정상화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은행으로서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관계자들은 대안으로 제도 간소화를 제안했다. 최복희 중기중앙회 실장은 "현재 대기업인 웅진홀딩스와 총자산 30억원 기업의 회생사건을 똑같이 합의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단독부 사건은 절차가 간편하고 관리인의 업무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하 법인기업은 단독판사에게 배당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또 "중소기업은 기업구조조정책임자(CRO)에게 줄 월급 150만~200만원이 부담되는 수준"이라며 CRO를 신중하게 임명할 것을 요청했다.
간이파산제도의 요건을 현행 5억원 미만에서 20억원으로 늘리고 압류절차를 개선해 임차보증금은 최대 2,500만원까지, 생계비는 12개월 기준으로 1,800만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기됐다.
법원 관계자는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기관 관계자의 목소리를 법원 회생ㆍ파산 절차에 더하고자 간담회를 마련했다"며 "의견을 종합해 회생ㆍ파산절차에 반영할 수 있을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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