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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교육과 경제
입력1998-11-19 00:00:00
수정
1998.11.19 00:00:00
金仁淑(소설가)몇해전에 중학교에 갓 입학한 조카아이가 수학책을 들고와 모르는 문제를 묻는데 그야말로 혼줄이 났던 기억이 난다. 조카아이의 수학참고서 문제들 중에 내가 만만히 풀 수 있는 문제는 거의 하나도 없었다. 고작 한 두달 전에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조카아이가 내게 내밀었던 수학참고서는 벌써 중학교 1학년 2학기의 마지막 부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고서는 여러종류가 있는 모양인지, 아이가 내민 참고서는 고난도의 수준이었다.
그즈음의 조카아이를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중1이던 조카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학원에 가 11시가 가까워 귀가를 하고, 학원에서 돌아온 이후에는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학원숙제와 학교 숙제를 해야만 했다. 아이의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의 공부가 끝날 때까지 같이 잠을 못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가 고3이었다면 물론 이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고작 중1이었던 것이다. 다행이도 조카아이는 공부를 제법하는 편인데다가, 그 쪽으로 취미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공부에 취미라는 말이 가당히 않다면 열성이 있다는 말로 대신해두자.
어쨌든 문제는, 전혀 그 쪽으로는 취미도 없고 열성도 없는 아이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를 시킬때에는, 내 아이 혼자만 뛰어나기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뒤질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다. 다른 아이가 열한시까지 학원에 있으면 되든 안되는 내 아이도 그렇게 시켜야하는 것이다. 내 아이가 공부보다는 소설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하고 가수들의 유행하는 노래를 외우는 것에 더 취미가 있더라도, 어쨌든 남들 하는대로 쫓아가기는 해야하는 것이다.
어느 부모치고 그런 자식들이 불쌍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 혼자만 안할 용기는 없지만, 남들도 다 안해서 내 자식까지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세상에 믿어지지 않는 말치고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교육개혁이라는 말이다. 내가 수험생일 때도 그 소리는 있었고, 나 역시 고2 때 느닷없이 뒤바뀐 수험제도에 따라 시험을 쳤어야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아이들은 편안해보이지 않는다.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올바를 교육제도와 교육여건이야말로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확실한 초석이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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