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2006년 일몰 폐지된 사업손실준비금제도를 코넥스시장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종의 과세이연제도인 사업손실준비금제도를 도입해 코넥스 상장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22일 한국거래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코넥스 상장사들이 사업손실준비금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부 측에 꾸준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코넥스 기업들은 대개 규모가 작고 이익의 변동성이 큰 만큼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사업손실준비금의 손금산입제'란 기업이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해 이익의 일부를 적립금으로 쌓아놓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세제 지원책이다. 법인세 과세대상에서 준비금이 제외되기 때문에 과세이연 혜택을 볼 수 있다. 결손금 발생시 이를 손실준비금으로 상계할 수 있기 때문에 손익의 변동성이 큰 중소기업의 재무 리스크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이 제도는 지난 1999년에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됐다가 2006년에 일몰 폐지된 바 있다.
거래소는 코넥스시장의 안전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코넥스 업체를 대상으로 준비금제도를 재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또 준비금이라는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코넥스 상장기업의 이익 변동폭을 줄이면 투자자 보호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량한 업체들은 일시적인 불황이나 경영 리스크에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지만 코넥스 상장사와 같은 소규모 업체들은 단 한 번의 경영 파고에도 주가와 기업가치 모두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며 "준비금 제도는 코넥스 기업들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넥스 상장사들은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을 적극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세제 문제는 개별 업체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코넥스 상장사 대표는 "성장일로에 있는 코넥스 상장 기업 대다수는 사업의 기복이 심한 편"이라며 "사업손실준비금제도와 같은 세제 혜택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면 해당 업체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은 이와 같은 제도 도입 요구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과세나 감면 등 복잡하게 얽힌 각종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있는 현 정부의 기조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제도 자체의 실효성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스닥 협회 측도 사전손실준비금제도의 재도입을 정부 측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년간 침체의 늪에서 코스닥시장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과 같은 상장 유인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논지다. 코스닥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부 측에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준비 과정에 있는 것은 맞다"며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소 벤처기업이나 성장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꾀하는 동시에 세제 혜택이라는 상장 유인을 바탕으로 코스닥시장의 상장 활성화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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