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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자기 소유주택의 경제학-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2012년 대선 때 불었던 '하우스푸어(자가이지만 많은 대출로 이자 부담이 큰 가구) 광풍이 기억난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 후 여러 가지 하우스푸어 대책들을 도입했으나 수도권 주택가격이 회복세로 접어들기 이전부터 별 효과 없이 세간의 관심에서 사라져 갔다. 잘못된 대책이어서 그럴까. 그보다는 하우스푸어라는 자극적인 용어가 지닌 실체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런 논란의 결과 '빚을 내서 집을 사면 바보'란 인식이 강해졌다. 과연 그럴까. 주택금융(모기지)제도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가치는 자산축적이 충분치 않은 가구에 미래의 소득을 기초로 주택 구입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주택의 적정 시장가치는 평생 지불해야 하는 총임대료의 현재 가치가 된다. 그래서 높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지 않는 한, 몇 년 동안의 월급을 모아서는 그런 집을 살 수 있는 금융자산을 축적하기 힘들다. 최근 여러 연구들이 동일한 주택에 거주할 때 월세 거주 비용이 가장 비싸고 그 다음이 자가, 그리고 전세가 가장 싼 선택이라는 분석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다만 전세의 심한 변동성을 고려할 때 낮은 주거비용을 누릴 수 있는 가구는 전세금 상승분을 쉽게 융통할 수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그 외 가구의 경우 자가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부담이 월세 부담보다 크다고 할 수 없다.

그럼 어떤 경우 자가 선택이 불리할까. 가격이 내릴 때이다. 필자가 해외에서 공부할 때 부동산경제학 첫 수업에서 교수가 던졌던 화두가 생각난다. 과거 주택시장을 관측하면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택구매가능지수가 높을 때 사회적인 자가율이 낮고 오히려 주택가격이 높아 주택구매가능지수가 낮을 때 사회적인 자가율이 높다는 것이다. 왜일까. 주택가격이 낮을 때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약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택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소비재인 동시에 투자재라는 점이다. 아무도 그런 양면적인 주택 특성을 바꿀 수도 없고 관련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투자재로서의 주택특성은 주택이 부족할 때 새로 주택을 지어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택을 바라볼 때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인식이 있다. 주택가격은 자산가치인 동시에 주거비용이라는 것이다.



내 집값이 오르면 주변의 집값도 오르고 내 집값이 내리면 주변 집값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자가를 소유하고 있으면 주택가격 변동에 있어 주거소비 수준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가 가구가 이사하려 할 때 기존 소유 집값이 내리면 이사 갈 집값도 내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택가격의 단기적 가격 변동에 초조해하지 않는다면 자가소유란 주택시장에서 안정적인 주거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바보스럽지 않은 선택이 된다. 다만 이때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함에 따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문제는 좀 더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므로 다음 칼럼에서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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