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중국 여유법(관광법)'이 시행되면서 국내 여행업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중국 여행사의 초저가 패키지 관광상품 판매 및 쇼핑·옵션 강요 금지를 골자로 한 이 법률의 시행으로 중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단체관광객들이 급감했다. 이는 국내에도 바로 영향을 미쳤다. 매달 평균 50%가 넘던 방한 유커 증가율이 지난해 4·4분기에는 20~30%대로 뚝 떨어졌다. 중국식 규제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다만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국 여행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중국 측에서 이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 여유법에 대해 유권해석을 하면서 중국 여행사들이 기본 계약서 외에 별도 계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쇼핑상품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곧 과거 시스템으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중국은 물론 국내 여행업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관광업계는 다시 활황을 이어갔다.
중국이 여유법이라는 대책을 세운 것은 늘어가는 여행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중국인의 해외 관광지출은 1,020억달러였지만 국내 관광수입은 500억달러에 불과했다. 520억달러(5조5,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적자가 늘어가는 것은 국내 요인이 크다.
중국 내 인플레이션에 따른 가파른 물가상승률에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외국관광객의 유입의 지체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중국에 온 외국인 관광객은 1억2,907만명으로 전년 대비 2.5%가 줄었다. 반면 해외로 나간 중국인은 9,818만명으로 18%가 급증했다. 이중 중국 국내와 마찬가지인 홍콩·마카오를 빼면 중국인이 찾는 관광대상국으로 한국이 1위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중국인(433만명)이 중국에 간 한국인(397만명)보다 늘어났다.
중국인들은 세계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불린다. 해외 명품을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중국 내에서 가격이 너무 비싼 탓도 있다. 사회주의적인 소비억제로 세금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 수입차의 경우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 외에 증치세(부가가치세) 17%, 소비세가 최대 40%까지 붙는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수입차가 해외보다 2배 이상 가격이 나가기도 한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수회복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정부가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입품 세금을 내리면 내수가 타격을 입는 만큼 해외관광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커의 증가율이 가장 높은 한국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특히 '한류'의 영향에 따른 방문자와 관련 상품의 소비가 높다. 한류의 주요 유입통로인 TV 드라마의 방영횟수를 제한하고 영화 제작에 양국 제작사의 합작 의무화라는 규제를 가하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경우 새로운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점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사회주의 정부 특징상 단기간에 규제가 신설되지는 않겠지만 시도될 경우 변화가 클 수 있다"며 "중국 제도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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