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톈진 등 중국 북부에 거점을 둔 컨테이너항들의 거센 추격으로 부산항의 동북아 물류허브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부산항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컨테이너 처리실적 기준 세계 3위인 국제항의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순위는 6위까지 떨어졌고 그 자리는 상하이·선전 등 중국 남부항들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북부항의 약진은 눈부시다. 칭다오는 당시 25위에서 현재 7위로 부산항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고 톈진도 33위에서 9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항만들은 세계 10대 항만 가운데 7곳을 싹쓸이한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 대표 항만이자 동북아 물류허브 역할을 해온 부산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6위 수성은 물론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따라 앞으로 양국의 교역물량은 더 늘어날 것임이 분명하다. 부산항의 지역 물류허브로서의 미래는 중국 항만들과 어떻게 경쟁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1,379만3,000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6위다. 하지만 그 위상은 과거 세계 3위였던 대만 가오슝항이 쇠락하던 모습과 흡사하다. 가오슝항은 중국이 범정부 차원에서 항만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2000년 들어 순위가 떨어져 지난해에는 13위까지 미끄러졌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이미 중국 남부항에 따라잡혔고 북부항까지 그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률도 급감했다. 2011년 14%에 달했던 성장률은 △2012년 5.2% △ 2013년 3.7% △ 2014년 3.9%까지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부산항은 최근 수출입 물동량 급감 속에 가격을 낮추는 고육지책으로 수익구조까지 악화되고 있다.
중국 항만들에 쫓겨 위기에 몰린 부산항을 살릴 묘수는 있을까. 전문가들은 10일 타결된 한중 FTA으로 인한 양국 물동량 증가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항만들의 급성장으로 뒤로 밀려나는 더 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성우 해양수산개발원 국제물류연구실장은 "한중 FTA는 수출입 물동량을 확충할 절호의 기회가 된다"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지부진한 항만 배후단지 개발을 활성화해 항만 부가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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