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윤은 일단 흑1로 보강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백이 한 수 더 들여 우변 백대마를 살리면 중원을 키워 흑승이라고 믿고 있다. 치우쥔의 백2는 버틴 수. 미생마가 불안하긴 하지만 후수로 살면 어차피 진다고 보고 한껏 버틴 것이다. 흑3은 이런 형태의 급소. 백4로 물러선 것은 어쩔수없다.
흑7로 하나 찔러놓고 강동윤은 생각에 잠겼다. 거의 바닥난 제한시간에서 3분을 들여 고민하는 것은 역시 우변 백대마의 사활이다. 잡으러 가면 패가 날 것 같은데 공연히 승부패를 감행했다가 손해만 보지나 않을까. 그 사이에 타이젬의 해설자 온소진4단과 사이버오로의 해설자 박승철6단은 각각 몇개의 가상도를 만들어 소개했다. 온소진이 소개한 그림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5로 잡으러 가는 가상도. 얼핏 보기에는 백6이 선수가 되므로 무조건 살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흑7로 먼저 치중하는 묘수가 있어서 그 코스는 패도 안 나고 그냥 잡힌다. 그러므로 백은 6으로 7의 자리에 두어서 패를 할 수밖에 없다.
"어? 그냥 파호를 하네요."(온소진)
강동윤이 백대마의 궁도를 줄여놓지 않고 실전보의 흑9로 둔 것이다.
"아하, 어차피 백대마는 그냥은 살지 못한다는 얘기군요."(온소진)
치우쥔이 먼저 초읽기에 몰렸다. 백10은 초읽기 연장책으로 둔 수순이다. 백12로 막아 살자고 했을 때 검토실이 요란해졌다.
"여전히 미생이야."
"단명기로 끝나겠어."
"강동윤의 5연승이 확실하게 됐어."
참고도2의 흑1, 3으로 백대마는 패에 걸린다. 그러나 강동윤은 이 패를 결행하지 않고 흑13으로 점잖게 연결했다. 계속해서 백16에는 군말없이 흑17로 내려섰다. 이렇게 되면 백대마는 선수로 완생이다.
"너무 쉽게 살려준 것 아닌가?"(윤현석)
"어차피 이긴다 이거겠죠."(온소진)
"너무 낙관하는 것 같아."(윤현석)
치우쥔이 백18로 기어나오자 일단 흑도 골치아프게 되었다. 울타리가 무너지는 것이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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