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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다란 아파트숲이 주는 위압감이 없는 탓일까. 팔봉산 아랫자락에 자리잡은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 단지에 첫 발을 내딛은 순간 왠지 모를 상쾌함이 스친다. 고개를 살짝 드는 것만으로 시야를 가득 채우는 푸른하늘과 초록빛 산은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바닥을 디딘 발을 통해서는 부드러운 땅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만히 서서 신선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셔 보았다. 온몸의 감각을 통해 건강한 기운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커뮤니티 시설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자리잡은 49가구의 건물들은 소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저마다의 개성을 자랑한다. 은은한 연회색과 베이지톤으로 이뤄진 건물 외벽은 배경으로 드리워진 팔봉산의 짙푸른 초록색과 썩 잘 어울리는 듯 하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는 마치 숨겨진 골목길처럼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곳곳에 설치된 수경시설과 휴식공간은 산책길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단지의 각 가구를 연결하는 가장 큰 길은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도 쓰이지만 집의 앞마당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고 오가며 만나는 입주민들은 잠시 멈춰서 담소를 나눈다. 어릴 적 기억속의 마을의 모습이다. 동탄 솔리움 타운하우스는 동탄신도시 단독택지지구내에 자리잡고 있다. 팔봉산과 바짝 붙어 지어진 이 단지는 후문을 통해 곧장 등산로를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이 풍부하다. 단지의 설계는 이런 풍부한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국내 최초로 바이오하우징 기술을 도입해 토지원형을 살려 정원과 도로를 만들었다. 주변에 심어지는 나무들이 뿌리를 내려 잘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지하주차장을 설치하기 위해 과도하게 땅을 파기 보다는 주차장 하부만 지하로 들어가고 원지반을 그대로 살린 설계에는 본래의 땅을 밟게 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차장을 지상으로 설계해 1층의 높이가 도로보다 3m가량 높아졌다. 이로써 1층에 마련된 개인정원 등의 개방된 공간에서도 거주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충족할 수 있게 됐다. 옥상 공간에서 단지 전체를 바라볼 때 개인정원 등이 또 다른 조망을 선사한다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설계에서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은 채광이다. 단지내 49가구의 집들은 모두 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남향으로 배치됐으며 천장에도 커다란 창을 달아 빛을 가득 담을 수 있게 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비움과 여유를 통해 거주자 자신의 개성과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점이다. 주택 타입 5개 모두가 각기 다른 개성을 뽐내지만 별채 개념으로 독립된 공간을 선사한 A타입은 유달리 눈에 띈다. A타입은 팔봉산 전면에 배치된 주택들에 주로 적용됐는데 방 하나의 공간을 별채로 덜어냄으로써 팔봉산 바람길을 열어주는 기능도 더해졌다. 서윤주 대표는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茶)실로도 사용될 수 있고 사랑채로 불릴 수도 있다"며 "방 숫자만 늘린 대형주택을 건설하기 보다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설계자=디안건축사사무소 서윤주 시공자=청도건설 건축주=청도솔리움 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49가구, 5개 타입 대지면적 = 18,214.30 ㎡ 건축면적= 6,326.99 ㎡ 연면적 = 17,224.16 ㎡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
"단순한 거주공간 아닌 추억의 공간으로" "건축가를 믿어주는 좋은 건축주를 만나면서 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좋은 평가까지 받아 너무 기쁩니다" 서윤주 디안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우리 작품이 매우 화려하거나 진화된 건축 디자인의 건물이 아니다 보니 대상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기쁘면서도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며 "사람들에게 진정한 집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정직한 건축을 하자는 시도가 인정을 받은 것 같아 지금은 한없이 뿌듯하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서 대표가 '동탄 솔리움 하우스'에 담으려고 한 것은 이 집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공간에서 탄생하기 마련"이라는 서 대표는 ""가족들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집, 그래서 단순히 거주를 위한 공간이 아닌 기억과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대치동 코오롱R&F빌라로 2003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 입선하는 등 이미 주택 설계에 대한 감각을 여러모로 인정받고 있는 그녀지만 주거지 설계는 여전히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이나 쇼핑몰 등은 사람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기에 사소한 실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집은 한 사람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니만큼 스위치 하나, 손잡이 하나의 디테일도 엄청난 고민을 요구하는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서 대표는 "앞으로 스스로 더 만족할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계속 욕심을 낼 생각"이라며 "단순한 조형물로써 집이 아니라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과 함께 자라는 건축을 하고 싶다"며"고 말했다. "어릴 때는 나 역시 도시의 표정을 바꿀 수 있는 대단한 규모의 건축물, 예술적인 건축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도시의 표정이란 게 결국 개개인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결정지어진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기만 한 건물이 아니라 꾸준하고 정직한 건축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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