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하단인 1,950선 안착에 힘겨워하며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1947.59로 떨어지며 1,950선을 내준 뒤 한 달 가까이 견고한 박스권에 머무르며 투자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기업 실적 부진, 환율 문제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극심한 눈치 보기가 주 요인이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매력이 별로 없다는 것도 문제다. 투자자에게 이익을 환원해주는 배당률은 떨어졌다. '코스피200 고배당 지수'에 편입된 50개 종목 가운데 2013년 배당 정책을 내놓은 32개 종목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전년 대비 0.21%포인트 줄어든 1.76%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눈길을 자연스레 '중위험·중수익' 금융투자상품으로 쏠린다.
그중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부진한 가운데, 배당투자도 여의치 않다 보니 중수익 상품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원금부분보장형 ELS를 앞다퉈 내놓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자금도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원금보장형 ELS는 수익이 너무 적고, 원금비보장형은 요즘처럼 불안한 장세에서는 손실 발생 우려가 있어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면서 "원금부분보장형은 대박 보다 '중박'에 눈높이를 맞추면서 위험은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주식 시장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국 쇼크'로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주식시장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의 변화 예측이 쉽지 않은 요즘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다.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지 못했다면 원금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적지 않은 수익을 추구하는 '중박' 상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저금리 기조 속에 수익 가능성을 높인 증권사의 특판 주가연계증권(ELS)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이 지난 18~20일 300억원을 공모한 'K-FI Global 4호 현대able ELS 제550호'에 총 1,586억원의 자금이 몰려 5.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1년 만기 상품이다. 기초자산의 기준가격이 아무리 하락한다고 해도 최대 손실을 -5%로 제한해 수익이 날 가능성을 높였다.
현대증권은 지난해부터 수익성과 안정성이 뛰어난 차별화된 특별상품 브랜드 'K-FI Global' 시리즈를 출시해 회차가 거듭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1호 상품 청약에는 300억원 모집에 640억원(경쟁률 2.14대1)이 몰렸고, 2호 상품에는 325억원 모집에 1,065억원이 청약해 3.28대1을 기록했다. 올 1월 판매된 3호 상품 역시 310억원 모집에 1,621억원이 청약하며 5.2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현대증권은 "저금리와 지지부진한 증시로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가운데 K-FI Global 시리즈는 공모일정이 나오기 전부터 영업점에 문의가 오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유가증권을 활용한 상품 등 추가 상품을 기획해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가 첫 조기상환 배리어를 85%로 낮춰 출시한 '첫스텝85 지수형ELS'도 200억원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 HSCEI, EUROSTOXX5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일반적인 스텝다운형 상품의 첫 조기상환 조건이 95~100%지만, 이 상품은 첫 조기상환 조건이 85%로 상대적으로 낮아 조기상환 가능성이 기존 상품보다 높은 게 장점이다. 또 노녹-인(No Knock-In)으로 설계돼 투자기간 중에는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고, 상환평가일에 지수가 85% 이상 유지되면 연 5.5% 수익률로 조기상환된다. 만약 조기상환되지 못할 경우 만기 때 지수가 최초 기준가격 대비 60% 이상만 되면 연 5.5%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60% 미만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대신증권은 만기가 5개월인 'Balance ELB 19호'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43일짜리 상품으로 만기 시 최초 기준가격의 50% 이상이면 연 2.96%, 50% 미만이면 2.95%의 수익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주가급락으로 종목형 ELS의 녹인구간 진입 및 기초자산 쏠림현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초자산 활용에도 새로운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KDB대우증권이 최초로 지수와 종목을 혼합한 '제10670회 KOSPI200·HSCEI·삼성전자 하향계단식 조기상환형 ELS'를 내놓은데 이어 대신증권도 같은 기초자산으로 설계된 'Balance ELS 366호'를 판매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3년 만기로 조건 충족 시 연 8.7~10%의 수익을 제공한다. 지난달 한 증권사에서는 나이키(NIKE)와 비자(VISA)를 사상 최초로 활용한 해외종목형 사모 ELS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기초자산 쏠림현상으로 인해 특정지역 지수가 하락할 경우 ELS 시장 전체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시장 왜곡으로 투자자들이 ELS를 외면할 수도 있는 만큼 기초자산 다변화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금 손실 최소화하려면 종목보다 지수형 골라라
ELS 투자 이것만은 유의
손실 발생할 '녹인' 구간… 너무 높은지도 따져봐야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테이퍼링 시대에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ELS가 유망하다고 조언한다. 종목형 ELS는 지수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높아 손실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GS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 등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서 원금손실이 대거 발생했고, 이달에는 삼성엔지니어링·삼성증권·LG디스플레이 등 일부 종목을 대상으로 한 ELS가 녹인 구간 진입으로 손실이 예상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ELS 투자자들은 녹인구간 진입을 우려해 원금 비보장형 상품 보다 원금 부분 보장형 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기대하고 위험성을 감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종목형보다는 지수형 상품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발행사의 신용도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ELS는 사실상 채권이기 때문에 발행사가 부도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인 녹인구간도 꼼꼼하게 따져 봐야할 요소다.
일반적으로 녹인구간이 높게 설정되어 있으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녹인구간을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원금 손실 리스크도 커지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ELS 상품을 선택할 때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합리적 녹인구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2,0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녹인구간이 55%면 1,100이지만 45%면 900으로 훨씬 더 여유가 생긴다"며 "요즘엔 지점의 PB들도 녹인구간이 더 낮게 설정된 상품만을 추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녹인배리어(Knock In Barrier)=주가연계증권(ELS)에서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구간이다. 예를 들어 녹인구간이 30% 이하로 설정되어 있을 경우 투자기간동안 1만원짜리 주식이 7,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기초자산 하락률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녹아웃배리어(knock-out barrier)는 ELS의 수익률이 확정돼 조기 상환이 가능해지는 주가 수준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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