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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등 반발 "넘어야할 산 많다"
입력2000-06-25 00:00:00
수정
2000.06.25 00:00:00
박상영 기자
약사회등 반발 "넘어야할 산 많다"오는 7월 임시국회에서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약사법을 개정한다는 여야 영수회담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상추유의 의료대란은 6일만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 집단폐업으로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이미지 손상을 입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간이요 지식층이 궁극적으로 「밥그릇을 챙기기」에 급급, 국민생명을 담보로 국가적 환란(患亂)을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국민들의 신망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의료계 잃은 것도 많다=지금까지 국민들은 적어도 의사라는 전문가 그룹은 봉사를 모태로 하는 계층으로 「추상」(追想)하고 믿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보면서 그러한 신뢰와 기대는 완전히 깨져버렸다. 의사역시 실리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하나의 이익집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개원의들 뿐만 아니라 의대교수들까지 집단폐업에 나선 것은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의료계는 집단폐업전 『약물의 오·남용을 막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불편을 가중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의약분업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말 의약분업은 국민건강과 관계가 멀고 오히려 불편을 준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의약분업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폐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응급실로 후송되어 온 환자가 의료진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사경을 헤매고, 수술예정인 암환자의 치료일정이 연기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폐업에 들어가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출산을 유도하다 유아가 숨지는 등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현실로 나타났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의료계의 집단폐업은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 「연출」이었다는 데 국민들의 원성이 더했다』고 지적했다. 「국민불편을 가중하는 의약분업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할 수 있다」는 막가파식 논리는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의 손상을 초래했다.
◇보건당국의 안이한 대처=정부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집단폐업전 당국은 『어떻게 되겠지』라는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원칙이 이러하니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만 내세웠을 뿐 대국민 홍보에도 적극성이 없었다. 국민들의 상당수가 의약분업이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은 효율적인 홍보에 실패했다는 단적인 증거다.
「국민」이라는 엄청난 후원자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정작 의료수혜자인 국민들은 의약분업이 도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 절대적으로 믿었던 원군(援軍)을 제3자적 입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집단폐업 기간에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았던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홍보부재에 대한 분노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이중적 잣대=의료계는 집단폐업전 이미 지난 4월에도 3일간 문을 닫았다. 당시 정부는 엄정대처를 외쳤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법규위반 사실이 분명한 관련자 마저 처리하지 않고 유야무야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다.
노동계가 집단파업을 하면 바로 구속수사를 하는 데 비해 「돈있는 집단」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사법의 칼날도 무디어 진다는 것을 국민앞에 확인해줬고, 이러한 분위기를 틈타 의료계는 운신의 폭을 키워 나갔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았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은 이같은 당국의 현실감 없는 대처를 웅변해 주고 있다. 예고된 집단폐업, 예고된 혼란을 국민여론에만 의지한 채 그저 바라만 봤던 당국의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문제들=의료계의 집단폐업이 6일만에 막을 내려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의료계는 집단폐업은 철회하지만 약사법 개정과정에서 의료계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투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약사회 역시 『변질된 의약분업안에 대한 전면 불복종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냉담하다. 보건의료노조 양건보 의료개혁위원장은 『의사들이 폐업을 철회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약사법을 개정하더라도 의약분업안 자체를 훼손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폐업 기간중 구속되거나 현재 수사대상인 의료인들의 사법부의 처리문제도 관심거리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
이번 집단폐업으로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간이요 지식층들이 국민생명을 담보로 국가적 환란(患亂)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집단휴진 첫날 생후 4일된 남자아이를 안고 의사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 /손용석기자
이번 집단폐업으로 의료계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근간이요 지식층들이 국민생명을 담보로 국가적 환란(患亂)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은 전공의들이 행동지침을 결의하는 모습.입력시간 2000/06/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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