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의 한 할머니가 발을 헛디디면서 발생한 엉덩이관절 골절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할머니는 수술 1주일 후 갑자기 숨이 차기 시작했고 혈전생성에 따른 폐색전증을 진단 받았다. 혈전은 흔히 '핏덩이'나 '피떡'이라고 불리며 우리 몸 곳곳을 순환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다. 혈류가 제한 혹은 차단돼 발생되는 손상장기에 따라 뇌혈관에 발생하면 뇌허혈증과 뇌경색, 심장혈관에 발생하면 협심증과 심근경색, 폐혈관에 발생하면 폐색전증과 폐경색이라 부른다. 이런 혈전생성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이 바로 '와파린'이라는 성분이다. 와파린은 개발된 지 이미 60년이 넘었고 경구용 항응고제(피를 묽게 하는 약)로 개발돼 혈전관련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많은 제한 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혈전질환의 효과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해서 반복적인 혈액검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용량조절을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작용시간이 길어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도 길지만 중단했을 때 효과가 감소되는 데까지 며칠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식사와도 관련이 있어 푸른 녹색 잎 채소류나 청국장과 같은 콩발효식품 및 결핵약이나 경구 항곰팡이제(무좀약), 일부 항생제 등을 먹는 경우 혈액응고 검사결과에 영향을 미쳐 때로는 합병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정맥혈전증은 진단이 쉽지 않고 사회비용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정맥혈전증 발생 이후 치료하는 것보다 이미 알려진 고위험군(엉덩이관절 및 무릎관절의 인공관절 수술, 척수손상)에서의 혈전예방요법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 이처럼 와파린은 투약시 나타나는 한계점과 불편함 때문에 실제로는 적극적 예방 및 치료를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보다 효과적이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안심하고 편하게 사용할 만한 항응고제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즉 용량조절이 필요 없어 잦은 혈액검사가 필요 없고 다른 약물이나 음식간 상호작용이 적고 작용시간도 빠르고 제거도 신속하며 출혈 부작용이 최소화된 약제들이다. 최근에는 '리바록사반' 성분 등 이런 요건을 갖춘 이상적 항응고제의 요건을 상당 부분 충족하면서 기존 약제들의 단점을 극복한 차세대 항응고제제가 출시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60년간 혈액응고억제를 위한 표준치료제로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와파린이 그 자리를 내어줄 때가 온 것이다. 의학과 제약은 생명과 직결된 만큼 늘 발전과 진보를 거듭한다. 진료현장에서 새로운 약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환자의 만족도는 더욱 올라가고 의사로서의 보람도 한층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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