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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7개월 만에 등장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인하 소수의견을 향후 금리인하의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로 활용해왔다. 비록 이주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데 충분한 수준"이라며 "2·4분기부터 경기회복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향후 경기지표가 악화될 경우 한은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벌써부터 추가 인하를 예상해 3년물 국고채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6%대까지 내려앉았다.
◇"금리, 미리 낮췄다…2·4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날 이 총재는 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 대폭 하향에도 금리를 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3월 금리인하 때 전망치 하향을 예상해 미리 금리를 낮췄다"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므로 그동안의 금리인하 효과도 지켜봐야 해 추가로 부양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최근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동결의 배경이었다.
이 총재는 앞으로의 경기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1·4분기 실적치가 부진했지만 2·4분기 이후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와 정부 조치, 저유가 등 3대 호재로 미흡하기는 하지만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대해서도 "추세인지는 지켜봐야겠지만 2월 지표를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현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우리의 실질금리(물가상승률-예대금리)는 제로금리 정책을 쓰는 미국과 같은 수준"이라며 "실질금리가 실물경기를 뒷받침하는 수준이라 본다"고 말했다.
◇소수의견→금리인하 데자뷔인가=비록 이 총재가 경기를 긍정적으로 봤지만 현실적으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하 소수의견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해 7월과 9월 소수의견이 나온 후 다음달 금리를 내렸다. 인하 소수의견을 앞으로 금리인하의 강력한 선제안내로 활용해온 한은이다.
윤여삼 KDB대우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지난해 9월의 데자뷔 같다"고 평가했다. 당시 이 총재의 기자회견만 보면 추가 금리인하는 물 건너간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번에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윤 연구원은 "이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경기를 낙관적으로 해석한 것은 이번 금리동결의 변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경기·물가상승률이 한은 예상치에 벗어난다면 금리는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리 방향은 경기 흐름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시장은 금리인하를 예상해 이날 3년물 국고채금리는 0.029%포인트 내린 1.698%에 장을 마쳤다. 기준금리(1.75%)보다 현저히 낮다.
◇이례적 '추경'까지 언급하며 정부 비판=한편 이날 이 총재는 이례적으로 '추가경정예산'까지 언급하며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세수부족이 생기면 당해연도 성장률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고 다음해 성장률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며 "추경집행 요건이 엄격하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경기회복을 위해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의 입에서 '추경'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기재부 장관이 '금리'를 언급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3개월째 뒷걸음질 친(통관기준) 수출에 대해서는 "원화 강세, 중국의 둔화 등으로 올해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본다"고 평했다. 최근 재개된 원·엔 환율 하락(엔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에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3시 현재 원·엔 환율은 2원32전 내린 100엔당 907원98전(외환은행 고시 기준)을 기록했다. 910원대가 깨진 것은 7년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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