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요? 우리 관심사가 아닙니다."
존 리(John Lee·56·사진)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첫 마디부터 강렬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계동 메리츠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한 전망이 무의미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좋을지 나쁠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기업을 찾아내 투자할지 여부"라고 말했다.
리 사장은 미국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매니저다.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스커더 스티븐스 앤 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에서 '더 코리아 펀드(The Korea Fund)'를 운용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펀드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뮤추얼펀드였다. 이후 도이치운용과 라자드자산운용의 헤드급 매니저로 활약하다 지난달 16일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국내로 유턴했다.
리 사장은 메리츠자산운용이 자신에게 꼭 적합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와 국내 자산운용의 장점을 접목시키고 싶다"며 "메리츠자산운용은 조직 규모가 작아 변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점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은 -4.12%로 자산운용사들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이다. 1위인 베어링자산운용(19.93%)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성적표다.
리 사장은 메리츠자산운용의 성공 스토리를 새로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나를 비롯해 권오진 전무 등 20년가량 한 팀에서 동고동락했던 멤버 6명이 메리츠자산운용으로 넘어왔다"며 "우리가 갖고 있는 노하우와 팀워크를 잘 활용하면 코스피지수보다 3~5%포인트 초과한 수익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전략은 무엇일까. 그는 "높은 잠재성장력과 가치를 지녔는데 시장에서 모르는 회사들이 많다"며 "우리는 펀드매니저 5명이 1년에 기업탐방만 500회 할 정도로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노하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번 투자한 주식은 어지간하면 팔지 않는 것도 전략이다. 놀랍게도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주식을 매매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조차 깔려 있지 않다. 그는 "주식이 20%가량 오르면 팔고 싶고 20% 떨어지면 겁이 나서 손절매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며 "증시의 흐름에 따라 투자하면 부화뇌동하기 쉽지만 회사 가치를 믿는다면 장기간 투자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펀드 육성과 해외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메리츠코리아 펀드를 대표펀드로 키워나갈 것"이라며 "해외법인을 설립해 해외투자가들이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사도록 마케팅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20년 전에 매일 만원씩 삼성전자의 주식을 샀다면 지금 20억원을 손에 쥔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스타벅스에서 매일 커피를 마시는데 이 돈을 주식에 10년 동안 넣는다고 하면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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