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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의 전격적인 자진사퇴 입장 발표로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수난사'에 한 줄이 더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또 한 번 부담스러운 총리 지명 숙제를 안게 됐다.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도 후임 총리 인선 문제로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관계로 이 총리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했고 이 총리 역시 총리 업무에서 손을 뗀 상황인 만큼 후임 인선작업도 곧 착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27일 귀국 후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는 한편 본격적인 후임 인선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줄줄이 낙마 사태'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인사청문회 통과가 가능한 인물을 찾는 것이 1순위 목표다. 정책적 성과를 내야 하는 집권 3년 차 정부로서는 강한 추진력을 갖춘 수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높아진 청문회 문턱을 통과해야 가능한 바람일 뿐이다. 또 한 번 총리 인선에 실패할 경우 조기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도 있다. 야권 역시 연이은 인사 실패 문제를 지적하며 어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 때문에 후임 총리 인선은 '청문회 통과'를 제1요건으로 두고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서는 '깜짝 발탁'보다는 어느 정도 검증이 이뤄진 현역 정치인 또는 과거 정부에서 검증된 관료 출신이 물망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 다만 '준비된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던 정치인 출신의 이 총리마저 불명예퇴진한 데 대한 부담으로 정치인 카드는 다소 후순위에 놓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원장,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재부 장관을 지내는 등 정책 능력과 균형감을 동시에 갖춘 카드로 평가된다. 총리설이 끊이지 않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이다. 통합 차원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도 가능성이 있다.
현역 의원 중에서는 세월호 사태를 원만히 관리했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물망에 오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총리로 승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의 경우 내년 총선에 출마 의지를 보이고 있어 본인의 의사를 우선 파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의 경우 친박근혜계 원로이자 충청 출신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점쳐진다. 역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경제통' 이한구 의원도 있다. '청렴성'을 기준으로 볼 때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은 인사 때마다 단골로 오르는 후보다. 이들은 여야 모두에서 긍정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본인들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예상 외 '깜짝 발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예측이다. 다만 야권 일각에서는 대통합 차원에서 야당과의 조율을 통한 총리 후보 추천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이나 시민단체의 추천을 받아 중립 내각 성격 비슷하게 구성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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