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대형서점 지하 2층. 연필, 공책 등 울긋불긋, 아기자기한 팬시용품들이 고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중 계산대 왼쪽에 진열된 공책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디자인이 예뻐서, 가격이 싸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른바 ‘빵 터지는’ 겉표지 문구 때문이었다.
성적표를 받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모습을 그린 공책의 제목은 ‘공부안한 내성적표 대재앙을 일으킨다’. 코피 흘리는 학생들을 묘사한 공책의 겉표지엔 ‘너 놀 때 딴 사람들은…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던데’라고 쓰여 있었다.
‘만수르’를 연상시키는 아랍 왕자와 유명 축구선수, 꽃미남으로 둘러싸인 여학생을 그려넣고 ‘열공해서 성공하면 저남자가 내남자다’고 쓰여 노트도 눈에 들어왔다. 마치 공부만 잘하면 돈과 명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문구였다.
이외에 조미료 이름을 본 딴 ‘다시봐’, 즉석 식품을 패러디 한 ‘3분 공부(죽을 맛)’ ‘지금 놀면 평생 논다’ 등을 겉표지에 넣은 공책들도 눈길을 끌었다.
이를 본 고객들의 반응은 대조적이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재미있다’ ‘효과 만점이겠다’ 라며 몇 권 사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눈에는 곱게 보이지 않은 듯 하다. 실제로 지켜보는 내내 이 노트들을 구입하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번 힐긋 보고 그냥 지나가는 게 대부분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고객은 “아무리 공부가 중요해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 이걸 쓰는 아이들은 얼마나 부담이 되겠냐”며 “그렇지 않아도 사방에서 공부하라는 말만 듣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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