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원선을 기준으로 6개월째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가 3ㆍ4분기께 박스권 상단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뱅가드펀드에서 나오는 매도물량이 마무리되는데다 2ㆍ4분기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면서 2,000선에 갇힌 국내 증시를 견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27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20%(3,000원) 상승한 148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10일(150만6,000원) 150만원선을 처음 돌파한 후 6개월째 140만원대 후반과 150만원대 초반 사이에서 가격을 형성하며 지루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종가 기준 가장 높은 가격은 1월2일의 157만6,000원이다. 삼성전자가 장기 박스권에 갇히자 개인들을 위주로 '140원대로 내려가면 사고 150만원이 넘으면 팔아라'라는 삼성전자 투자공식까지 유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ㆍ4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8% 늘어난 52조8,680억원,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8조7,794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8조5,000억원)를 웃돌았다. 지난해 4ㆍ4분기까지는 5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견조한 실적에도 주가가 박스권에 갇힌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은 요소로 ▦뱅가드펀드 등 해외 펀드의 매도물량 ▦실적 고점에 대한 우려 ▦국내증시로 유동성 유입 둔화 등을 꼽았다.
외국인은 올해 초 삼성전자가 최고가를 찍은 후 이날까지 191만여주(2조7,840억원)를 내다팔았다. 기관이 115만주(1조7,082억원), 개인이 68만여주(9,485억원)를 사들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보기술(IT) 시황이 어느 정도 더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며 "뱅가드펀드 관련해 외국인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의 물량을 시장에 내놓은 것도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로 추가 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것도 삼성전자가 박스권을 맴도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삼성전자가 더 살 수 없을 만큼 꽉 차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국내 펀드로 추가 투자자금이 들어와야 실적이 견조한 삼성전자를 기관이 더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뱅가드펀드 관련 매도물량이 그치고 2ㆍ4분기 잠정실적이 나오는 7월이 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 팀장은 "외국인들의 매도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되는 6월 말이 지나고 국내 증시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시점이 돼야 삼성전자의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실적은 2ㆍ4분기와 3ㆍ4분기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홍성호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이 돼야 삼성전자의 갤럭시S4를 전세계 이동통신사가 최종 고객에게 얼마나 팔았는지알 수 있고 이 수치가 긍정적이면 추가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삼성전자는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10조8,1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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