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단순한 다각형 구조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려 4,500년간이나 온간 자연환경을 이겨내며 파라오의 무덤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겉보기와는 달리 웬만한 철근 콘크리트 빌딩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학적 안정성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피라미드형 구조를 다른 곳에 적용해도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델타7스포츠사의 최신 산악자전거용 프레임 ‘아란틱스(Arantix)’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개발된 제품이다. 이 회사는 피라미드의 구조적 안정성을 프레임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위해 이소트러스(IsoTruss)라고 불리는 신기술을 활용, 8각형의 개방형 피라미드 형태로 프레임을 제작했다. 프레임의 소재는 강도, 탄성, 내충격성, 내화성 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탄소섬유와 케블라 섬유가 사용됐다. 탄소섬유 막대에 케블라 섬유를 감아 철사 모양의 기본 소재를 만든 뒤 이를 작은 피라미드들이 길게 연결돼 있는 것과 같은 모양으로 엮은 것. 이렇게 탄생한 아란틱스는 외관만 보면 마치 철사 몇 개를 얼기설기 엮어 놓은 것 같은 초라한(?) 형상을 하고 있지만 강도와 내구성은 현존하는 그 어떤 제품보다 우수하다. 게다가 중량은 국어사전 1권 정도인 1.4kg에 불과하다. 델타7스포츠사의 레스터 무라나카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아란틱스는 동일 중량의 강철 재질 프레임에 비해 강도가 10배나 뛰어나다”며 “자체 실험 결과 포드 F-350 픽업트럭이 깔고 지나가도 구조적 변형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란틱스의 개방형 격자 구조는 프레임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파손을 최소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강력한 충격으로 특정 부위가 파손되더라도 이것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도록 막아준다. 때문에 일부 피라미드가 부서져도 전체적 기능에는 거의 아무런 영향이 없다. 단지 아란틱스는 모든 제조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다 개당 제작기간이 300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가격이 매우 부담스런 수준이다. 델타7스포츠는 올해 총 200대의 아란틱스를 한정 제작해 판매할 계획인데 프레임만 7,000달러(660만원), 자전거를 포함할 경우 1만2,000달러(1,100만원)로 가격을 책정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