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연내 순환출자 고리 해소
SDI·전기 보유한 지분 팔아 '통합 물산' 지주사 위상 강화
② 이재용 부회장 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전자 인적분할 힘 실려 삼성SDS와 합병안도 거론
③ 사업구조 재편 지속 추진
수익성 악화 부문 구조조정 지속… 중공업-엔지 합병은 없을 듯
우여곡절 끝에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시키며 '이재용 체제'의 밑그림을 그린 삼성그룹의 남은 과제는 크게 나눠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삼성물산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지분을 정리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게 첫 번째 과제다. 이는 지주사로서 삼성물산의 입지를 단단히 하기 위한 조치다. 두 번째 과제는 삼성전자·삼성SDS 합병설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1%에 그쳐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어 마지막으로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과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조정도 마무리해야 한다.
삼성은 과제별로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처리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순환출자 해소는 단기 과제로 삼아 연내에 해결하되 추가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재편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구조 재편은 시기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연중 추진 과제로 분류된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총 10개다. 지난해 14개였던 순환출자 고리가 올 들어 4개 감소했다. 지난해 제일모직을 상장하면서 삼성카드가 갖고 있던 제일모직 지분을 팔아 금융 계열사와의 출자 고리 일부가 사라졌다.
삼성은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모두 끊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의 '사실상 지주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다. 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도 합병으로 인해 생겨난 신규 순환출자 고리는 6개월 내 끊어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4.8%와 삼성전기 보유 지분(2.6%) 등을 연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지분을 일거에 시장에 내놓으면 주가가 급변동하고 자칫 '제2의 엘리엇' 사태를 부를 우려가 있어 KCC와 같은 우호 세력에 '블록딜'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삼성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순환출자 고리 해소 작업이 마무리되면 삼성의 지배구조 재편은 큰 고비를 넘게 된다. 당분간은 현 구도 내에서도 얼마든지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분간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 내실을 다질 계획"이라며 "현재 추가 합병 발표 등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는 시기가 문제일 뿐 결국 언젠가는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룹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확실히 장악했지만 간판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여전히 느슨한 탓이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쏟아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삼성의 지주사 전환 여부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는 "지주사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고 보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및 삼성물산과 합병이 힘을 얻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을 삼성물산과 합병하면 삼성물산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이 부회장이 지분 11.3%를 갖고 있는 삼성SDS와 삼성전자가 합병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우는 안도 꾸준히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삼성은 지배구조 재편과 별개로 사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삼성테크윈 등 계열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작업이 최근 마무리됐고 삼성전기처럼 수익성이 떨어진 회사는 분사를 진행하는 등 크고 작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다만 삼성이 지난해 추진했다가 실패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합병을 해도 더 이상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당초 양사 합병이 마무리되면 삼성물산의 건설 부문을 합병 회사에 떼어다 붙이는 방법으로 삼성물산의 덩치를 줄이고 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상사부문)의 합병을 추진하는 게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의 큰 틀이었지만 이미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이 확정된 마당이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양사 합병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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