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연구개발(R&D) 분야의 해외 우수 인재를 영입하라고 지시했다. 문무경 당시 웅진코웨이 대표(현 렉스필드CC 대표)가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캠퍼스(UC Davis)에서 화학공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한인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윤명진(39) 웅진폴리실리콘 기획팀장도 이때 ‘러브콜’을 받았다. 학과 강의 수강(코스워크)과 졸업시험까지 마치고 논문 준비를 하고 있던 윤씨는 문 대표의 끈질긴 제의에 넘어가 웅진이 영입한 첫번째 해외 우수인재가 됐다. “박사학위 논문은 한국에서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귀국했습니다. 금방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도 못 쓰고 있네요.”(웃음) 웅진이 영입한 첫 해외 우수인재… 고속 승진
태양광 전지 생산공장 준공·본격 양산에 일조
2005년 8월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에 연구원(대리급)으로 입사한 윤씨는 웅진그룹이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태양광산업에 진출하면서 2006년 10월 새로 설립된 웅진에너지로 자리를 옮겼다. 태양전지 생산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인 잉곳(ingot)을 생산하는 웅진에너지에서 전략기획업무를 맡은 그는 회사 설립 1년만에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데 일조했다. ◇해마다 승진한 사나이=세계에서 가장 긴 2m에 이르는 잉곳을 생산하며 4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등 웅진에너지가 자리를 잡아가던 지난해 윤씨는 다시 그룹의 호출을 받았다. 웅진그룹이 사업영역을 잉곳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으로 확장하면서 신설한 법인인 웅진폴리실리콘의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기획업무를 맡긴 것. 그 사이 윤씨의 직급은 대리에서 부장으로 수직 상승했다. 4년만에 네 단계가 올랐으니 매년 승진한 셈이다.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을 만하다. 그는 “그룹이 젊고 역동적이어서 승진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며 “짧은 기간에 회사를 자주 옮겨다녀 힘들지 않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오히려 즐겁고 재밌다”고 말했다. 윤씨는 웅진폴리실리콘의 사업전략을 짜고 계획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일반적인 기획업무 외에도 신기술을 발굴하고 국책사업을 수주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연구원 출신으로 연구개발이 아닌 기획파트를 맡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윤씨는 “이공계 출신이라고 해서 연구개발만 하라는 법은 없다”면서 “오히려 기술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폴리실리콘 사업 전략 계획·수립 업무 담당
현대重과 5년간 5억弗상당 공급계약 체결
웅진폴리실리콘은 현재 경북 상주시 청리일반산업단지에 연간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3ㆍ4분기쯤 첫 제품이 생산된다. 장기적으로 생산능력을 연간 1만5,000톤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공장 착공에 들어가기도 전인 지난 달 현대중공업과 2011년부터 5년간 5억 달러 상당의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윤씨는 “폴리실리콘 생산기술 자체보다는 품질과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를 보강하고 컨설팅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연 5,000톤 규모에서 추가 확장할 때 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사업에 인생 승부 걸겠다”=국내 태양광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시장도 정부의 정책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저탄소 녹색성장’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산업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태양광산업은 폴리실리콘, 잉곳ㆍ웨이퍼, 전지, 셀, 모듈, 시스템사업 등으로 구성되는데 웅진은 폴리실리콘과 잉곳 사업에 진출한 상태고 전지ㆍ모듈ㆍ시스템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웅진에너지의 합작사인 선파워가 웨이퍼ㆍ셀ㆍ시스템 사업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든든한 원군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환경촉매 개발이나 실내 대기오염, 수소연료전지 등을 연구했던 윤씨는 에너지 분야에 인생의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탄소배출권 거래 등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어 기회와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윤씨는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앞으로 핵발전이나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못잖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시기가 머잖아 도래하고 이 분야에서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기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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