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말을 접했을 때 그 거대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눈앞에 400~500㎏ 정도 나가고 키보다 더 큰 녀석이 서 있다는 게 상상이 되나요? 드디어 말에 올라타야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이 큰 말을 어떻게 타야 하는 거야'라며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어찌어찌 해서 탔다고 하더라도 또 내릴 땐 어쩐담…. 승마를 해본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자, 이제 드디어 말에 올라 보겠습니다. 말에 올라타는 승마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혼자서 안장에 연결된 등자에 왼발을 건 뒤 갈기나 안장머리, 등자 윗부분의 끈 등을 쥐고 한 번에 뛰어올라 타는 것과 보조자의 도움을 받아 올라가는 것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혼자 뛰어올라가는 것보다는 발 받침대 같은 보조도구를 이용하거나 보조자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합니다.
승마는 대부분 말의 왼편에서 시작하는데 말에 오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교관들도 항상 왼편에 서도록 시킬 것입니다. 말도 그게 익숙하다고 느끼지요. 왼편에서 고삐를 쥐고 섰다면 제 경우에는 말에 가깝게 붙어서 왼손으로 갈기와 양쪽 고삐를 함께 꽉 쥡니다. 그리고 등자에 왼발을 겁니다. 이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안장 뒷부분을 쥐고 '으랏차' 하고 등자를 디뎌 양팔로 갈기와 안장 뒤쪽을 힘껏 잡아당기며 올라갑니다. 그다음 오른발을 돌려서 말의 몸이나 안장에 걸리지 않도록 다리를 벌려 조용히 올라탑니다. 똑바로 안장 중앙에 앉으면서 양발을 등자에 끼우면 한숨 돌려도 됩니다.
여기서 잠깐. 초보자 때 정말 중요한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말은 움직인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다. 처음에는 올라탈 때 말이 얌전히 있는 줄로만 알았지만 절대 아니거든요. 통상 초보자들은 교관이 앞에서 말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아주지만 혼자 타게 되면 말이 움직이기 전에 재빠르게 올라타야 합니다. 이때 왼손으로 고삐와 갈기를 함께 잡는데 경험으로 보면 고삐와 갈기를 팽팽하게 잡을 때 말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말은 살아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실수하기 쉬운 또 한 가지. 왼발을 등자에 끼울 때 위치상 발가락 앞부분이 말의 배를 자극할 수 있는데 이건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말이 박차로 인식하고 앞으로 달려갈 수도 있으니까요.
세 번째로는 오른발을 조심해야 합니다. 등자를 너무 길게 묶어 오른발을 안장 너머로 넘기며 오를 때 발이 안장에 걸릴 수 있습니다. 내릴 때는 오른발 뒤꿈치나 뒤꿈치에 달린 박차가 말 등을 찌르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직접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점들에 대해 강조하고 싶습니다.
발 받침대를 디디고 오르는 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경우에 크게 도움이 되고 말의 등에 부담도 덜어줄 수 있으니까요. 직접 오르는 것보다 안전하기도 합니다.
교관이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주 편하게 오를 수 있겠지요. 이때도 마찬가지로 왼손으로 갈기와 고삐를 한 번에, 그리고 오른손은 안장 끝 부분을 잡습니다. 보조자가 양손으로 발을 잡을 수 있게 왼쪽 발을 들고 체중을 오른쪽 다리에 싣습니다. 보조자가 하나 둘 셋에 타이밍을 맞춰 왼쪽 다리를 들어주면 오른쪽 다리를 공중으로 돌리며 뛰어오릅니다. 보조자가 왼쪽 다리를 들어 올려 체중을 지탱하면 기승자는 가만히 있지 말고 양손으로 상체의 무게를 최대한 말에 지탱하면서 오른쪽 다리가 말 등을 지날 때까지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말의 척추에 충격을 덜 주도록 사뿐히 내려앉습니다.
내려오는 건 어떻게 할까요. 말에서 내리는 것을 하마라고 하는데 '다리로 내려오는 걸 하마, 다리 이외의 부분으로 내려오는 걸 낙마'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답니다. 낙마는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우니 조심해야겠지요.
내려올 때 가장 중요한 건 말을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말이 움직이지 않도록 좌우 고삐를 가볍게 당겨 왼손으로는 갈기와 양쪽 고삐를 죕니다. 오를 때와 역순으로 오른발을 등자에서 빼고 발을 돌려 몸의 밸런스를 잡은 뒤 양손을 안장에 의지한 채 왼발을 등자에서 빼고 자연스럽게 내려옵니다. 오른발을 돌릴 때 뒤꿈치 박차가 말 등을 찌르지 않도록, 왼발이 등자에서 잘 빠지도록 주의합니다. 이젠 말을 탈 준비가 되셨나요? 승마와 하마에 익숙해지면 거대한 말이 덩치 큰 강아지처럼 보일 것입니다. /'1,000일간의 승마 표류기' 저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