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늘었다. 다만 일본 소비세가 4월부터 본격 인상된데다 북한의 도발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3월 수출액이 497억6,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504억8,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실적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6,000만달러로 2월보다 1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지역별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 선진국 수출이 늘었다.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7.0% 증가했고 EU 수출도 같은 기간 15.2% 상승했다. 일본으로의 수출 역시 1.1% 늘어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다만 일본 수출은 지난해 3월 18.8% 급감한 것이 영향을 미쳐 일종의 '착시효과'를 냈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대 일본 수출 비중은 지난 2012년 7.1%에서 2월 6.1%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특히 브라질 등 중남미권에 대한 수출이 같은 기간 7.6% 줄었다. 미국 테이퍼링 등의 영향으로 신흥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 물량 역시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3월 수입은 455억7,100만달러로 3.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수출에서 수입을 뺀 3월 무역수지는 41억9,2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40억달러대로 올라섰다.
2·4분기 이후의 수출 전망은 어둡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도 등 주요 개도국의 경기 회복 지연으로 2·4분기 수출이 전년 대비 3% 안팎의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수출 경기를 판단하는 지표인 '수출선행지수' 증가율 역시 전 분기 대비 0.6% 내렸다. 수출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5%→8%)도 우리 수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세는 우리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세목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건 가격이 상승해 지갑을 닫게 하는 효과를 낸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 내수시장 대신 수출 시장에 주력하면서 주력상품이 비슷한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경제가 소비세 인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 수 있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과거 소비세 도입(1989년·3%) 시기와 소비세 인상(1997년·5%) 시기를 전후해 버블이 붕괴하거나 경기 침체를 겪은 경험이 있다.
정부는 무역수지 흑자가 과도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원화 절상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수출입실적을 면밀히 점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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