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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우리 경제는 말 그대로 ‘선전’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0.1%)를 기록했다. 2ㆍ4분기에는 2%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정답은 재정, 즉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던 추가경정예산이다. 정부는 지난 4월 경기부양을 위해 28조4,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세수 부족을 메우는 데 충당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17조7,000억원을 순수하게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 붓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서만 올해 0.8%포인트의 성장촉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추경 덕분에 경기가 회복의 기운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5%로 상향 조정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추경이 경상수지 흑자와 함께 경기회복의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힘의 바탕이 확장적 재정정책 효과라는 데 입을 모은다. 올해 상반기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금액은 본예산 156조1,000억원, 추가경정예산 4조7,000억원 등 160조8,000억원.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52조원가량, 반기 재정의 50% 가까운 돈을 더 투입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재정이 투입된 분야를 중심으로 향상돼 이를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기성(경상)은 공공 부문의 토목공사 실적호조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6% 증가했고 서비스업 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1.6%(전월비 2.7% 증가) 올랐다. 고용 부문에서도 지난달 공공행정(8만9,000명)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17만명)에서만 지난해보다 취업자 수가 늘었다. 추경으로 인한 일자리 효과는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시작된 6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는 하반기 추경예산의 일자리 사업 본격 집행으로 신규 일자리 수가 5만~10만명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해 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여력이 하반기에 축소되는 것은 근심거리다. 정부가 견인하는 것도 점차 힘에 부쳐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투자 및 소비활성화에 목말라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본예산의 60% 가까이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해 재정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추경으로 보완할 수 있고 분기별로 균등하게 추경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희망근로프로젝트 등 일부 사업의 경우 서툰 준비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 1조7,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쓰레기 줍기, 꽃길 조성 등 기존의 공공근로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 속에 참여자 25만명 중 약 11%(2만8,000명)가 시행 보름 만에 중도 포기했다. 강성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건축ㆍ공공서비스 등 정부 의존도가 높은 부문에서 재정효과가 나타나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냈다”면서도 “아직 민간 부문으로 전파되지 않은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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