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개월이 지난 지금 김 행장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일단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 과정에서 김 행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벌어졌던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간 갈등 국면에서도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나지주와 외환은행이 수개월째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김 행장의 중재 역할은 찾기 힘들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서열은 3위이지만 여러 이유에서 김 행장의 한계는 드러날 수밖에 없지 않았겠냐"고 해석했다.
실제로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외환은행이 '하나SK카드'의 교차판매를 수개월째 진행하면서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외환은행 2X카드'의 교차판매를 9월부터 하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추진 중'이라는 답만 돌아온다.
취임 9개월이 지났지만 김 행장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뚜렷한 성과 역시 많지 않다. 김 행장은 4월 취임 이후 첫 간담회에서 인도와 필리핀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화교권을 중심으로 거점을 늘리겠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무산된 미국 교포은행 인수의사도 밝혔다. 하지만 성과는 없다.
스마트금융 확대 전략도 마찬가지다. 스마트금융은 "하나은행이 넘버원이고 패스트무버"라고 표현할 만큼 김 행장의 애착이 큰 부문이다. 그러나 경쟁은행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씨티은행만 해도 전국 221개 지점 중 25개의 스마트브랜치를 보유하고 있지만 하나은행은 1개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뱅킹도 점유율 1위인 국민은행에 큰 격차로 뒤져 있다.
사회공헌차원에서 진행 중인 서민금융에 대해 김 행장은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하나은행 전국 영업점 가운데 서민금융 전담은 서울 홍제역 지점 1명이 전부다.
금융계는 과거 '김승유 전 회장(현 하나고 이사장)과 김정태 전 하나은행장' 조합에 대해 '황금 콤비'라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퇴장한 지금 김 행장에게 김 회장의 나무가 드리운 그늘은 너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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