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옆집에 얼마 전까지 북측의 조선인민군이었던 사람이 산다면?' 7년 후라는 가까운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있을 수도 있는 그러나 이 같은 황당한 설정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배경은 2016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해 통일이 된지 5년이 지난 대한민국. 주민등록에도 올라있지 않은 이른바 북한 출신의 '대포 인간'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레드아이' '백도라지' 같은 신종 마약을 급속도로 퍼뜨리는 등 이북 출신 폭력조직이 난립하고, 양심을 잃은 부패 경찰의 횡포가 극심한 그야말로 어두운 신세계다. 독립영화 제작 등으로 잠시 펜을 놓았던 이응준씨가 3년 만에 쓴 소설은 암흑가를 무대로 한 느와르 형식을 기본 골격으로 추리ㆍ우화ㆍ스릴러ㆍ액션ㆍ블랙코미디 등 장르소설의 장점을 버무렸다. 작가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느와르 소설을 쓰고 싶어 고민하다 문득 가까운 미래에 갑자기 이뤄지는 통일이 떠올랐다"며 "동독이 갑자기 무너진 것처럼 우리의 통일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설정한다면 남북의 현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국가와 사생활이라는 정반대 개념을 등장시킨 데 대해 그는 "겉으로는 통일ㆍ국가ㆍ민족 등 거대담론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인가' 등 개인의 정체성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소설을 한 단어로 줄이면 '변화'이며, 한마디로는 '통일이 돼 우리는 불행했다. 그러나 나는 너를 만나 행복했다'로 압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독립운동가 이장곤의 손자이자 인민군의 영웅이던 리강이 이북 출신 폭력조직 '대동강'의 동료 림병모의 수상한 죽음에 대한 진상을 캐기 시작하면서 전개된다. 황폐한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에서 벌어지는 상처와 왜곡을 안은 인물들간의 갈등과 사건의 연속, 수수께끼의 죽음을 둘러싸고 음모와 배신의 밤이 깊어진다. 책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코믹한 대사로 재미를 놓치지 않아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듯 경쾌하게 지나간다. 그는 "재미있게 이야기를 전달하기위해 시각적으로 썼다"며 "책을 통해 그 동안 너무 태평하게 여겼던 통일에 대한 새로운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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