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극찬 받던 한국이… 부끄럽다
기업가정신이 창조경제 만든다반기업정서 확산 등 영향 창업세대 도전정신 실종새 정부, 규제 완화 통해 기업 투자의욕 북돋워야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조상의 피의 대가(대일청구권자금)로 짓는 제철소입니다.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 바다에 투신해야 합니다."
지난해 12월13일 국내 기업가정신의 상징인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1주기를 맞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제막된 고인의 부조 바로 옆에는 이 같은 어록이 새겨져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이 전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낸 바탕에는 죽음도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도전과 혁신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정신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세계적 석학이자 경영학의 구루로 칭송 받는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세계 최고라고 격찬한 바 있다. 그는 2002년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일제 강점기 36년과 6ㆍ25를 겪은 한국이 세계적 경제력을 갖추게 된 것은 남다른 기업가정신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에 기업가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기업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 사이에서 기업가정신은 한물 간 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다. 국내 기업에는 창업세대의 기업가정신을 물려받아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보다 위험을 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만연해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기업을 규제하는 각종 제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일부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대가 사회적 반감을 초래해 반기업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가정신은 실종됐다. 더불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과 국민의 열망도 소진돼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경제는 지금 위기의 벼랑 끝까지 몰렸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수출주도형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기업들의 투자의욕 감퇴로 내수회복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약하려면 과거 '한국의 기적'을 일군 기업가정신을 현상황에 맞게 되살려 새로운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대표되는 기업가정신을 활성화해야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도 가능해진다"며 "새 정부의 경제정책도 규제완화와 반기업정서 해소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가정신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