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진이 생명윤리 논란을 비켜가는 방법으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피부세포를 떼어내 줄기세포를 생성하는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황우석 사태 이후 주춤해진 국내 줄기세포 기술 역량을 재도약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피부세포를 이용한 생성기술은 우리나라를 포함, 현재 미국과 일본 등 3개국만이 확보한 상태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와 미래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사진) 교수팀,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조쌍구 교수팀은 생쥐의 체세포로부터 다기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데 성공해 국내특허 및 국제특허를 출원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미 분화된 체세포(피부세포 등)를 거꾸로 분화, 즉 역분화시키면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세포가 된다. 이 세포를 이용하면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와 비슷하게 면역적으로 문제가 없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미ㆍ일 연구팀에 비해 효율이 우수한 방법을 이용, 특허 출원까지 마쳐 향후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상용화 연구에서도 세계적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렌티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로 이용해 생쥐의 ‘섬유아세포(체세포)’에 주입한 결과 체세포로부터 다기능 줄기세포를 확립, 유전자 발현과 형광현미경 사진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 다기능 줄기세포로부터 간ㆍ신경ㆍ근육세포를 분화시키는 것도 함께 성공했다. 박 교수팀은 특히 미ㆍ일 연구진의 연구 방식과 다른 벡터 주입방식으로 연구성과를 크게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지난 2005년 개발, 미국 특허를 획득한 ‘냉동 배반포기배를 이용한 인간배아줄기세포 확립 기술’을 적용해 더 높은 효율로 다기능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었다”며 “세계 3번째로 이 같은 고효율의 체세포 유래 맞춤형 줄기세포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처럼 체세포로부터 만들어진 줄기세포는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복제배아 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교토대 야마나카 박사팀이 생쥐에서 체세포 분화 다기능 줄기세포를 만든 데 이어 지난해 말 미국 위스콘신대 톰슨 박사와 일본 야마나카 박사 공동 연구진이 사람에서 같은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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