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0%대 경제성장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국민소득이 4년 반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빡빡해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자·배당소득이 일시적으로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하지만 저성장이 고착된 상태에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묶인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한은이 발표한 '2015년 2ㆍ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이 기간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75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에 생산활동에 참여해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로 실제 구매력을 나타낸다. GNI가 줄어든 것은 지난 2010년 4ㆍ4분기(-1.9%)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교역조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배당소득이 크게 줄면서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란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 생산활동에서 받은 소득을 뺀 것이다. 지난 2ㆍ4분기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1조3,000억원으로 1ㆍ4분기(5조6,000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지난 1ㆍ4분기에 배당이 몰리면서 2·4분기에는 배당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배당소득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며 "이번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일시적 요인으로 GNI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보기에는 우리 경제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 이날 발표된 2ㆍ4분기 실질국내총생산 (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해 5분기 연속 0%대 성장을 이어갔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으로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 0.1%포인트를 기록,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순수출(수출-수입)은 마이너스 0.3%포인트로 4분기째 성장을 깎아 먹었다. 그나마 정부 지출이 늘면서 성장을 떠받쳤다.
국민 총저축률은 35.3%로 전분기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소비를 늘렸다기보다 소득이 줄어들면서 저축률이 오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국내 총투자율은 3개월째 내리막길을 걸어 전기대비 0.1%포인트 하락한 2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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