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후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거나 유보하는 계층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은 26.1%에 그친 반면 ‘다시 한번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한다’는 응답이 59.0%로 가장 많았고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비율도 12.5%에 달했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 지난번 대선에서의 지지 후보에 상관없이 재검토 의견이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63.0%), 이명박 후보 지지자(60.4%), 이회창 후보 지지자(62.3%)의 절대 다수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을 한 것이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 없이 재검토 의견이 많은 가운데 물길이 지나가는 대구ㆍ경북(30.6%), 부산ㆍ울산ㆍ경남(31.3%) 등에서 상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높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선 이전에 형성됐던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 대운하와 관련, ‘경제발전을 위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38.2%, ‘환경 문제 등 부작용이 예상되므로 반대한다’는 의견은 44.4%, 모름ㆍ무응답 17.4%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12월 같은 리얼미터 조사(아시아경제신문 의뢰)에서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찬성 입장은 31.1%, 반대한다는 의견은 39.3%, 모름ㆍ무응답 29.7%로 나타난 바 있다. 서울경제 조사를 포함한 3개 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면 대운하 건설에 대한 찬성 입장은 38%→31%→26%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반대 입장 역시 44.4%→39.3%→12.5%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반대 입장이 크게 줄어든 것은 본지의 설문에서 과거와 달리 ‘재검토’ 항목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재검토 또는 반대 의견이 많은 것은 건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태안 원유 유출 등을 통해 환경 피해 등 부작용은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부장은 “환경오염 등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가 높고 물길이 지나는 지역에서 벌써부터 부동산 투기 바람이 분다는 여론도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새 정부도 이러한 국민 여론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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