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 노사에 대한 조정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중노위가 조정 연기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이를 거부해 결국 조정 중지가 선언됐다.
현대차 노조는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이날 쟁의대책위원회의를 열고 20~21일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주야간 각각 2시간씩 이틀에 걸쳐 총 8시간을 파업한다.
기아차 노조는 20일 쟁대위를 구성하고 파업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는 경기침체 여파로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전반에서 파업 자제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강행함으로써 일반적인 정서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노조는 22일 교섭을 진행하고 같은 날 2차 쟁대위를 열어 추후 파업계획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계속된 교섭에서 노조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아 파업에 나서게 됐다”며 “사측은 성실교섭에 나서야 파국을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무리한 파업보다 노사 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노사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파업이라는 극단적 행동보다는 협상을 통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제시한 요구안은 70여개로 이뤄져 있고 세부사항은 180개가 넘는다. 기본급 13만498원(평균 6.9%) 인상, 정년 61세(기존 59세)로 연장, 상여금 800%(기존 750%)로 인상, 퇴직금 누진제 신설 등과 대학 미진학 자녀에 대한 기술취득 지원금 1,000만원 지급 등이 핵심 요구안이다. 지난해 순이익 중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기아차의 임협 요구안도 현대차와 비슷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추석 전에 임단협을 끝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말에는 차기 집행부 선거 체제에 들어가야 하는데 노조 주요 계파 모두가 올해 노사협상은 현 집행부가 마무리하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 집행부는 이번 파업에서 최대한 강하게 사측을 압박해 늦어도 9월10일 전후에는 잠정 합의를 이끌어낸 뒤 추석 전 조합원 총회의 승인을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요구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더 많아 고민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일반의 정서에 맞지 않는 요구가 많다”면서 “세상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데 이러한 요구를 다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난감해 했다.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의 요구안과 집행부의 성향으로 미뤄볼 때 올해 파업 강도가 지난해보다 셀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잔업ㆍ특근 거부를 포함해 각각 49일, 61일의 쟁의행위를 벌여 총 14만5,000대, 금액으로는 2조7,300억원의 생산차질을 발생시켰다. 이는 현대차의 경우 역대 최대, 기아차는 역대 두번째 손실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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