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펀드 수익률이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유럽 및 선진국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호전을 부르고 이는 펀드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창 달리고 있는 이머징 펀드와 이제 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선진국 펀드 사이에서 투자자들의 셈이 복잡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까지는 달리는 말(이머징 펀드)에 올라타고 내년부터는 그동안 체력을 비축한 말(선진국 펀드)로 갈아타라고 조언한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간 수익률은 3.48%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2.49%)와 유럽 주식형 펀드(1.50%) 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상품 기준으로도 '한국투자글로벌이머징 자 1(주식)(A)'가 최근 한 달간 17.80%의 수익률을 기록해 전체 공모펀드 중 가장 높았다. 'KB브라질 자(주식)A'와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 2'도 각각 10.71%와 9.89%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 국가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지속되며 중국·브라질·인도 등의 금융시장 성과도 좋아지고 있다"며 "이머징 국가의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높은 내수 성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금융시장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던 선진국펀드는 9월부터 자금이 빠지고 있다. 7월과 8월 각각 315억원과 344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며 올해 총 4,01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던 유럽 주식형 펀드에는 9월 들어 44억원이 순유출되는 등 자금 이탈이 시작되고 있다. 북미 주식형 펀드도 8월 27억원 순유출에 그쳤지만 9월 들어 단 4일 동안 254억원이 빠져나가며 자금 유출이 확대되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이머징 펀드인 아시아태평양주식(일본 제외)형 펀드에는 19억원이 순유입되는 등 이머징 펀드에만 자금이 유입됐다.
선진국 펀드 대비 이머징 펀드의 수익률 상승 추세는 유럽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인하로 유럽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지만 낮아진 금리로 인한 '유로캐리 트레이드(저금리로 조달된 자금으로 다른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6월부터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시행했지만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ECB의 공격적 부양정책이 얼마나 약발을 보일지 미지수"라며 "글로벌 유동성 측면에서 유로캐리 트레이드 확대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조홍래 한국투자증권 베타(Beta)운용본부 차장도 "미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유럽발 추가 부양책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글로벌 유동성은 상대적으로 투자매력이 높은 신흥국 시장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펀드가 유망해지는 시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내년이다. 금리 인상 시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던 자금이 다시 선진국으로 흡수되며 유동성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순모 KB자산운용 상품전략실 부장은 "유럽은 ECB가 기준금리를 0.15%에서 0.05%로 전격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명확하고 일본 역시 2기 내각 출범 이후 일본공적연금(GPIF)의 위험자산 투자비중 확대가 예상되는 등 서서히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도 "내년 6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상 시 변동성이 큰 이머징 시장보다 선진국 시장이 더 각광 받을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이머징 펀드에 투자하고 내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머징펀드에 투자를 하더라도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즉시 이익실현을 해 이머징 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며 선진국 시장 투자를 준비하는 것도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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