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14억㎦ 가운데 인류가 먹거나 활용할 수 물은 얼마나 될까. 불행하게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담수량은 전체의 2.5%인 3,500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기후변화와 수질오염, 생활 수준 향상 등의 영향으로 물 공급량과 수요량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서 '물 확보'가 전 인류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 관리를 누가 잘하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되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물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2개 이상의 국가를 가로지르는 요르단강·메콩강·나일강 등의 주변국 사이에서는 이미 물을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다. 미래학자들은 물전쟁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서아시아 최대인 유프라테스강을 두고도 상류의 터키와 하류의 시리아·이라크 사이에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각국의 패권싸움이 석유에서 물로 옮아갈 수도 있다.
◇한국도 '물 스트레스 국가'-지역 간 갈등도 심각=우리나라는 물 가용량보다 사용량이 많아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된다. 국내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은 연간 1,553톤에 불과해 세계 평균의 6분의1,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552ℓ로 독일의 3.7배, 일본의 1.5배에 달한다.
식수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다. 상수도 보급률이 98%나 되지만 20년 이상인 노후화율이 23%에 이른다. 국내 먹는 샘물(생수) 시장이 최근 10년 사이 4배나 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 사용에 대한 전 국민적 인식 변화와 함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수원 확보를 놓고 인접지역 간 힘겨루기를 하는 곳도 한둘이 아니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낙동강 인근 취수원 이전을 두고 6년째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발암의심물질인 다이옥산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면서 대구시가 취수장을 구미공단보다 상류로 옮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구미시는 강하게 반대했다. 당초 구미와 김천 일부만 사용하던 물을 대구시와 나눠쓰면 갈수기에 구미 지역의 용수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는데다 낙동강 유지수도 줄어 수질오염 가능성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대구시의 취수원 이전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연구용역을 내놓고 합의 도출을 시도했지만 구미시민단체가 '짜맞추기식 용역 결과'라며 반대해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기후변화로 언제 물 부족 국가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100년간 한반도 평균기온 상승률은 1.8도로 전 세계 평균(0.75도)의 2배가 넘었다. 중부지방 봄가뭄은 1990년 이후 7년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 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앞으로 물 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물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적인 물 부족현상, 글로벌 해법 모색 활발=그렇다고 국내 문제만 해결한다고 물 부족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다. 이미 국제적이고 전 인류의 문제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모여 인류의 미래를 위해 수자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할지 새로운 치수계획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도 물 문제 해법을 공동모색하는 자리다. 세계물포럼은 세계물위원회(WWC)가 '세계 물의 날(3월22일)'을 전후해 3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의 물 관련 국제행사다. WWC는 1996년 설립된 국제물정책기구로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국제기구·학계·시민단체·기업체 등 약 3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물의 효율적인 보전과 개발·관리 및 사용 등을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다.
이번 세계물포럼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열리는 것으로 물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물 시장의 급성장세가 예상되는 아시아적 관점에서 물 문제를 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포럼에는 세계 170여개국의 정부 각료와 국제기구, 산학연 전문가, 비정부기구(NGO) 등 1만7,000명이 참가해 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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