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 위기로 글로벌 인수ㆍ합병(M&A) 시장의 중심이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겨 가고 있다고 월스크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도이체방크AG는 최근 글로벌 M&A사업부를 뉴욕에서 런던으로 옮기고, 사업부의 핵심 책임자도 런던에서 활동한 전문가를 선임키로 했다. 도이체방크는 11일 글로벌 M&A사업부를 맡을 공동 책임자로 헨릭 아슬락센과 브레트 올셔를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도이체방크의 유럽 담당 M&A 책임자를 거친 아슬락센은 지난 3월 주류업체 페레노드 리카르드의 빈앤스프리트(V&S) 인수를 주도했으며, 올셔는 지난해 있었던 철강업체 아르셀러와 미탈간 합병 등 굵직굵직한 M&A에 관여했다. 이들은 전임자들과 달리 활동 거점을 런던으로 이전해 갈 계획이다. WSJ는 이 같은 사례는 글로벌 M&A 시장에서 영국의 비중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외에 월가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M&A 사업부를 뉴욕이 아닌 영국으로 옮겨가는 금융 기관은 점차 늘고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이미 런던에 M&A 사업부를 두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미국 경제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여파로 미국 경제의 침체 기미가 뚜렷해지자, 글로벌 M&A 시장의 엔진으로서 미국시장이 차츰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 1분기 유럽에서 발생한 M&A 규모는 미국 시장의 M&A 규모를 앞지렀다고 WSJ은 전했다. 유럽 중심 M&A를 추진하는 도이체방크의 실적도 개선 추세다. 올들어 도이체방크는 M&A 계약 규모 기준으로 유럽에서 5위, 전세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유럽 및 전세계에서 모두 7위에 그쳤었다. WSJ는 “유럽시장에서 국적이 다른 업체간 M&A가 많이 발생하면서 런던이 글로벌 금융가들의 집적지가 돼 가고 있다”며 “최근에는 아시아 M&A 시장도 커지면서 전문가들의 아시아 진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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