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쌀 가격이 4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치솟고 있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쌀 가격은 장중 100파운드당 21.50달러까지 상승하며 4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전날 종가인 100파운드당 21달러에서 2.4% 오른 것으로 1년 전보다 2배, 7년 전보다는 5배나 높은 가격이다. 이날 급등세는 식량대란을 겪고 있는 필리핀 정부가 4월과 5월에 걸쳐 총 100만톤을 사겠다고 공표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쌀 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 소재 프로그레시브 팜 마케팅사의 데니스 드러터 대표는 오는 11월까지 쌀 값이 100파운드당 22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스위스 파피콘의 로랜드 얀센 최고경영자(CEO)도 앞으로 2년 동안 쌀 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쌀 가격 급등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신용경색만큼이나 글로벌 자본시장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글로벌 자산 매니지먼트의 투자 전략가 데이비드 더스트는 “금융기관들이 서로를 못 믿어 대출을 제한하면서 금리가 급등한 것과 마찬가지로 수출국이 서로 쌀을 주지 않아 쌀 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쌀 값 폭등세가 투기세력의 사재기로 촉발된 측면이 큰 만큼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몇몇 애널리스트는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쌀을 매점매석한 바이어들이 가격하락에 앞서 물량을 시장에 풀면 가격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들은 지난 2월 부셸당 13.495달러까지 올랐던 밀 가격이 이후 5주에 걸쳐 34%나 떨어졌던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국제곡물위원회의 데이런 쿠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밀 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면 쌀 시장과 관련해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격상승이 농가 생산량 증가에 촉매제로 작용하며 수확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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