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의 9ㆍ11 총선 압승이후 ‘우정 민영화 법안’ 통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공룡’ 출현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우정국은 자산이 3조6,000억달러(약 3,700조원)로 세계 최대규모다. 우정국 민영화는 또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 대이동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외신들에 따르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총선압승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20일 특별국회를 소집, 우정 민영화 법안을 가결시킬 방침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우정국 민영화 일정은 오는 2007년 4월부터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우정국은 은행ㆍ보험ㆍ배달ㆍ우체국 등 4개 사업부로 쪼개진다. 세계 금융기업들이 우정국 민영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정국의 예금 규모는 일본 전체 예금의 약 30%인 2조5,000억달러로 씨티그룹과 UBS 등 세계 주요 금융 회사들 보다 많다. 일본 국내외 금융회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정국이 글로벌 리딩뱅크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경우 자신들의 영향력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들은 민영화 과정에서 우정국이 기존 특권을 유지하면서 업무 확장을 시도, 자신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금융회사들은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금융감독청(FSA) 통제를 받고 있는 반면 우정국은 금융업 관련 규제가 미미한 총무성 산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재일 미국상공회의소(ACCJ)는 일본 우체국의 독점적 지위가 공정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앤드류 콘라드 ACCJ 부의장은 “일본 우체국이 민간기업과 똑같은 규제를 받을 때까지 업무 영역의 확대를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우정국 민영화에 따른 일본 금융시장의 자금 대이동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동안 국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해왔던 우정국이 정부의 손에서 벗어날 경우 보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이나 부동산투자 신탁 등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시아 제네시스 자산 운용사의 책임자 추아는 “민영화는 우정국의 자산 운용 패턴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며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 이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