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후 첫 조직문화 혁신 카드로 '드래프트제도' 폐지를 꺼내들었다. 김봉수 전 이사장 시절 조직 내 경쟁유발을 위해 도입했던 드래프트제도가 임직원들의 줄 서기 행태로 변질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거래소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인맥 인사문화'가 실력 중심의 인사시스템으로 변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거래소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부장이 해당 본부의 인사에 전권을 행사하던 드래프트제도를 오는 2월 인사부터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드래프트제 도입 이전에 해왔던 것처럼 이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되돌리는 것"이라며 "거래소 정관상 직원의 직책부여 권한은 본부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사장이 최종적으로 인사를 결정하되 사전에 본부장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드래프트제도는 김 전 이사장이 민간의 경쟁시스템을 거래소 인사에 접목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07년 도입했다. 본부장들이 모여 부장이나 팀장·팀원 등 인사대상자 리스트를 뽑아놓고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시스템으로 프로농구의 신인 드래프트와 유사한 방식이다.
하지만 본부장이 인사와 관련해 전권을 행사하면서 업무능력보다는 본부장과의 관계에 따라 인사가 결정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거래소 내에서는 인사철만 되면 특정 인물에 대해 '○○ 본부장 라인' '○○ 본부장 사람'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줄서기 행태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원들 사이에서도 드래프트제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돼온 게 사실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드래프트제도 내에서는 어느 부장이 상무로 진급하고 또 어느 상무가 본부장으로 올라가느냐가 인사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며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상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 이사장이 분산돼 있던 인사권을 자신에게 집중해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한편에서는 노조집행부가 자신들과 관계가 안 좋은 일부 본부장들의 인사권을 제한하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관철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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