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해마다 사업비에서만 수조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것은 고객들로부터 그만큼 보험료를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보험료는 크게 보험금 지급에 쓰이는 ‘순보험료’와 보험계약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데 필요한 ‘부가보험료’로 나뉜다. 순보험료는 다시 위험보험료와 저축보험료로 구분된다. 위험보험료는 사망보험금ㆍ장해급여금 등을 주는 데 사용되고 저축보험료는 만기생존보험금ㆍ해약환급금 등을 지급하는 데 쓰인다. ◇보험료의 절반까지 비용=부가보험료는 흔히 사업비로 표현된다. 예정사업비율을 기초로 계산해 부가한 후 보험계약을 체결ㆍ유지ㆍ관리하는 데 필요한 신계약비ㆍ유지비ㆍ수금비 등으로 사용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순보험료가 많아야 보험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부가보험료가 적어야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감독당국은 종신보험과 CI(치명적 질병)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에 대해 보험료의 50%까지 사업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생보사들은 계약자들이 사업비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도록 비율로 표시하기 때문에 사업비를 가능하면 많이 부과한다. 그 결과 생보사의 수입보험료가 지난 1999년 46조원에서 2007년 49조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동안 예정사업비는 7조원에서 14조원대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른 사업비 차익도 5,000억원대에서 2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보장내용 같아도 보험료는 두 배나 비싸=사업비 차익이 많이 남는 상품은 보험료가 비싸다는 뜻이다. 신협ㆍ새마을금고ㆍ농협ㆍ생보사의 재해보장보험을 비교한 결과 보장내용은 같은데도 보험료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입금액 1,000만원, 80세 만기, 20년 월납을 기준으로 보장내역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생보사 상해보험과 신협의 신재해공제가 유사했다. 두 상품 모두 교통재해 사망 때 1억원, 교통재해 장해 때 1억원에 지급률을 곱한 보험금을 지급한다. 다만 생보사 상품은 화상성형 치료비 2,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일부 항목에서 차이를 나타냈다. 하지만 보험료는 큰 차이를 보였다. 신협이 남자 25세에 대해 2만3,500원을 부과한 반면 생보사는 5만4,9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쌌다. 남자 35세도 2만9,500원과 5만4,900원으로 큰 격차를 나타냈다. 여자 25세도 신협은 1만1,500원인 반면 생보사는 3만4,500원으로 세 배나 차이가 났다. 여자 35세는 1만5,200원과 3만4,800원으로 두 배 이상 비쌌다. 25세 남자가 매달 3만1,400원을 20년 동안 더 내면 보험료가 753만원 차이가 난다. 25세 여자는 552만원을 더 내는 셈이다. 이 차액은 고스란히 생보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새마을금고는 교통재해 사망 때는 1억5,000만원, 교통재해 상해 때는 1억5,000만원에 지급률을 곱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등 생보사 상품보다 보장금액이 1.5배 많지만 보험료는 2만7,900원(남자 25세)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보사와 신협ㆍ새마을금고의 보험료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업비 때문이다. 신협ㆍ새마을금고 등은 창구판매에 집중하면서 사업ㆍ유통비를 낮춰 부가보험료가 싸다. 부가보험료는 전체 보험료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보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생보사들이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과 CI보험에 최대 20% 넘게 사업비를 과도 부과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웠다”며 “감독당국이 약속한 대로 생보사들이 사업비로 얼마를 책정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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