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숨을 죽였던 금융계가 분통을 터뜨리고 나섰다. 카드사 정보유출에 따른 책임론으로 금융당국이 궁지에 몰리자 전화권유 마케팅(TM) 직원을 희생양 삼아 실업자로 내몰았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점망을 갖춘 은행과 달리 TM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와 카드사는 이날 '초비상'이 걸리면서 내부에서는 폭발 직전의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대출모집인들 사이에서는 당장이라도 금융감독당국 앞에 찾아가 시위를 벌여야한다는 목소리도 제법 나왔다. TM영업 중단조치가 시작된 27일. 은행·보험사· 카드사 등 모든 금융계는 북새통을 치른 듯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TM영업 중단의 표적이 된 보험사·카드사·저축은행 등은 향후 전략을 마련하고 TM조직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뚜렷한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 업계로서는 불만이다. 일부 카드사의 잘못 때문에 다른 모든 금융회사가 '도매금'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법적 근거 없이 갑작스럽게 규제하는 것"이라며 "실적 타격은 물론 조직운영에 큰 차질이 예상돼 재검토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갱신을 안내하면서 다른 상품도 안내하면 어떻게 적발할 것이냐"며 "당국이 여론의 눈치만 살펴 실효성 없는 대책을 남발한다"고 꼬집었다.카드·할부금융사·저축은행 사이에서도 금융당국이 섣불리 움직였다는 반응이 많다. 각 회사의 TM인력 운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회사마다 TM인력이 대략 수천명씩 된다"며 "이들을 어떻게 할지 난감해 망연자실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3개월 동안 TM조직을 어떻게 달래느냐인데 대부분이 아웃소싱 인력이어서 마땅히 제시할 당근책이 없다"며 "혹시나 금지기간이 연장되면 지금보다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털업계도 자동차대출 시장이라는 캡티브 때문에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대부업체는 대출모집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해당 금융권역은 '초비상' 상황이다.
SBI·HK·친애·아주저축은행 등 신용대출을 다량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은 현재 대출모집인이 가져다주는 신용대출을 '올스톱'하고 광고 내지 영업점 직접 대출을 취급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부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시앤캐시·리드코프 등 다이렉트대출이 다량인 대부업체를 제외하고 산와머니·바로론·웰컴론 등 대부업체들은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한 대부업체 대표는 "한 달에 200억~300억원의 신용대출을 취급해왔는데 두달간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 만큼 최대 600억원어치의 대출이 원천적으로 끊기게 됐다"면서 "이제는 정말 전봇대에 대출모집 전단지를 붙이러 다녀야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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