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건설사가 힘을 합쳐 따낸 해외수주가 총 370억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56%를 차지했다. 출혈경쟁이 가장 심했던 중동 지역에서의 합작수주도 지난해에는 184억달러로 2년 사이 곱절 이상 늘었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달 전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N PC)가 발주한 140억달러 규모의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 입찰에서 우리 기업들이 낙찰자로 선정된 것이다.
탈(脫)중동 현상도 뚜렷하다. 중동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달러박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 진출이 활발하다. 올 1·4분기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49억달러로 1년 전보다 2배나 증가했다. 중남미 역시 4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0% 급증했다.
국내 건설사의 전략변화는 3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혼자 다 먹겠다며 출혈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기업끼리 견제하기 바빴던 게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중동 의존도도 심각했다. 그 결과 수익성 악화로 연간 수천억원에서 조원 단위의 손실을 보는 등 혹독한 대가가 뒤따랐다. 물론 지금도 저가 과당경쟁의 후유증은 진행형이다.
올 상반기 완공 예정인 해외 저가사업장의 공사금액이 20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탈중동·합작수주의 새 바람이 계속 불어야 하는 이유다. 숨통이 트였다고 해서 국내 건설사 간 과당경쟁을 다시 벌였다가는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