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산 끝에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한 정부안이 ‘축소ㆍ유지’로 마련됐지만 최종 입법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당정간 회의에서도 ‘축소된 출총제유지’로 큰 틀의 합의는 이뤘지만 출총제 대상 축소 등에 이견이 발생한데다 출총제 폐지주장부터 순환출자규제 도입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더구나 민주노동당은 환상형 순환출자를 규제하지 않고 출자총액제한제도만 대폭 완화하기로 한 정부ㆍ여당안에 반발, ‘순환출자규제+중핵기업출총제’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하면서 국회 내에서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 부처에 이어 정치권에서조차 출총제 공방이 재점화될 경우 출총제 법안이 제2의 금융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법률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될 정도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상태에서 백가쟁명식 논란이 가열되면 재계는 출총제 폐지 여론몰이를 강화할 것이고 시민단체는 재벌규제정책 강화에 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여권 내에서 조차 조건 없이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부터 현행 출총제를 유지ㆍ강화해야 한다는 의견, 심지어 순환출자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장이 수면위로 부상할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다만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출총제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의 경우 ‘조건 없는 출총제 폐지’가 당론인 만큼 국회에서의 합의도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때문에 조기에 당정안을 확정지을 경우 최악의 상황은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16일 “정부는 내년 2월쯤 국회 처리를 희망하고 있어 (수정을 위해 논의할) 시간이 조금 있다”며 “논의를 해서 조금 더 나은 안이 있다면 수정 못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출총제를 폐지하거나 조금 완화해야 된다는 주장이 더 많았다”고 전제한 뒤 나온 발언이기 때문에 출총제의 ‘강화’보다는 ‘완화’에 더 힘이 실린다. 정부안의 중핵기업 기준인 자산 2조원을 3조원 또는 5조원 이상으로 올려 출총제 대상 기업을 최소화하겠다는 심사로도 풀이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출총제 공방 무대가 과천 청사에서 국회로 옮겨지면서 더 가열될 경우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다음주 초 열린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권오승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의 회의가 예정된 만큼 당정간의 합의안을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