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이 증권사를 통해 자산담보부대출(ABL)을 받은 소규모 양계 사업자가 고마움을 담아 키우던 닭을 잡아 선물한 것이다. ABL은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의 신용도가 낮으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워 중간에서 대출업무를 중개하는 구조화금융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A증권사 구조화금융부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당황해 하면서도 뿌듯한 보람을 느꼈다.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에게 자금을 조달해 주는 일은 증권사 구조화금융부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주선하다 보니 삭막한 증권가에서도 훈훈한 잔정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중소기업 사장들이 직접 일손을 보태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채권(P-CBO) 업무를 처리할 때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는 게 증권맨들의 전언.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신규발행 채권을 한데 모은 후 신용 보강을 거쳐 이를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업무의 특성상 P-CBO 업무를 맡은 구조화금융부 실무자들은 해당 기업이 제출한 계약서를 일일이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수 십개 기업의 계약서를 일일이 챙겨야 하다 보니 도장을 찍어야 하는 문서의 양도 엄청나다. 이런 업무를 잘 아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직접 증권사를 찾아 도장을 찍는 일을 거들기도 한다. 채권발행은 신보와 기보가 최종적으로 승인하기 때문에 사장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되지만, 자신을 위해 애쓰는 증권사 직원들의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직접 증권사로 찾아와 힘을 보태는 것이다.
한 증권사 구조화금융부 관계자는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는 모두 최첨단을 달리는 세련된 업무라고 생각하지만, 실무자들은 단순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규모 자금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사 오너들은 구조화금융부 업무의 고단함을 알고 작은 성의를 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각박한 여의도 생활에서 가끔 훈훈한 정을 느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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