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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실물경기 침체 및 저금리 기조에 갈 곳 모르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움직이는 신호가 뚜렷하다. 지난 3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인천 청라지구와 파주 교하지구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주말인 지난 18ㆍ19일 이틀 동안 2만여명이 넘는 방문객들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며 “정부의 정책방향이 규제완화에 무게가 실려 있는 만큼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큰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상황 개선을 염두에 두고 저렴한 분양가에 나온 신규 분양 물량이나 미분양 물량, 급매물 등 투자가치가 높은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부동산 큰손들의 귀환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라ㆍ교하지구 분양 모델하우스, ‘문전성시’=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는 현장에서 먼저 감지된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인천 청라지구의 ‘한라 비발디’ 모델하우스에는 하루 평균 8,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갔다. 경기 파주 교하지구의 ‘한양 수자인’ 모델하우스도 마찬가지. 주말 이틀 동안 6,000명이 넘는 사람들로 모델하우스는 하루종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차장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서는 차량으로 주차 전쟁을 벌여야 했다. 모델하우스 폐관 시간인 6시를 훌쩍 넘긴 7시가 다 돼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김영식 한라건설 분양소장은 “지표상으로 실물경기가 호전되고 있고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대부분 풀리면서 실수요자가 몰리고 있다”며 “택지 값이 비교적 싸서 분양가를 낮게 책정한 것도 방문객이 몰린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라 비발디와 한양 수자인 모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저렴하다. 한라 비발디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085만원으로 최근 분양한 청라 웰카운티의 평당 1,200만원보다 100만원 이상 싸다. 한양 수자인의 분양가는 85㎡(25평)형이 3.3㎡당 890만원선이며 108㎡(32평)형이 980만원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비슷한 크기의 주변 아파트 시세는 3.3㎡당 1,100만~1,300만원대다. 저렴한 분양가와 양도세 면제 등 세제혜택, 전매제한 완화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분석된다. ◇“아파트 값 더 오른다, 전매겨냥 투자자도 많아=이날 모델하우스에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목적으로 방문한 사람들도 꽤 많았다. 주식은 불안하고 은행 예금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전매를 겨냥한 사람들이다. 한라 비발디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한 직장인(38ㆍ인천 거주)은 “늦어도 내년 후반에는 실물경기가 살아난다고 전망할 때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본다”며 “인천 집값도 웬만하면 3.3㎡당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데 새 집이 1,085만원이라면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주부 최선자(53ㆍ서울 거주)씨는 “분양가가 싸서 남편과 함께 둘러보러 왔다”며 “양도세 면제에 전매제한도 완화돼 당첨만 되면 꽤 짭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양 수자인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주부 김모(57ㆍ일산 탄현동 거주)씨도 “분양가상한제 덕분에 분양가가 저렴하게 나왔다”며 “85㎡ 이상은 1년 뒤 전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청약통장 사용해 분양 받고 전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에 따라 달랐지만 분양을 받은 뒤 프리미엄이 붙으면 전매제한 기간이 지나는 즉시 전매하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부동산 ‘큰손’들도 움직인다=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실물경기 한파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개인 ‘큰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수도권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등 강남3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가 지난해 10월 156건, 11월 133건, 12월 244건에서 올해 들어 1월 1,000건, 2월 1,210건, 3월 1,186건으로 급증한 것도 거액의 현금 동원력을 가진 개인 큰손들이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파트 등 부동산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성민 한양건설 마케팅 팀장은 “모델하우스 오픈 이전부터 사전 마케팅을 했는데 청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이 2,000명이 넘는다”며 “미분양이 나면 이 물량을 여러 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라 비발디 분양을 대행하는 이민제 펜타C&D대표는 “사전 마케팅을 할 때 상담자 중 70%가 1순위 해당자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청약열기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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