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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협상 4일째인 8일(현지시간) 우리나라는 섬유ㆍ무역구제 등 공세적인 입장에 선 분과에서 미국측을 압박했다. 이들 분야는 우리측이 한미FTA에서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들. 하지만 공세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협상이 끝나 미국에 대한 우리측 공격논리를 좀더 다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수세적인 입장인 농업과 달리 협상에서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섬유분과 협상은 우리측이 대미 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집요하게 강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우리측은 완화된 원산지 기준과 조기 관세철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미측은 “섬유 분야는 산업적ㆍ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분야”라며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적용하고 특별 세이프가드도 도입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국측의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국내 기업 등이 적잖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 무역구제 분과에서는 김종훈 수석대표가 직접 협상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무역구제 분야의 제도개선이 없이는 FTA에 의한 자유무역 이익이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실제 우리나라가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에 따라 낸 부과금은 373억달러(83~2005년 누계)로 이 기간 대미 수출의 7%에 달한다. 특히 13개 품목은 10년 이상 규제를 받고 있고 1개 품목은 20년째 규제를 받고있다. 김 대표가 나서자 미측도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방어막을 구축하며 “한국측 사정은 알지만 국내사정상 아주 어려운 입장”이라며 완곡하지만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표명했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는 특허권과 관련해 우리측이 미측의 잠수함 특허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측은 특허를 출원하고도 공개하지 않는 잠수함 특허를 상당수 보유하면서 제3국의 신기술 개발 및 발명 의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잠수함 특허의 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미측은 “지적재산권 분야는 양측의 법과 제도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협정문 이행에 문제가 발생해 분쟁으로 가면 우리측은 대부분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였지만 미측은 위원회를 설립해 세부적으로 따지자고 했다. 협상단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가 협정 체결 후 위반사항이 많을 것으로 예단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미국측은 한술 더 떠 상품분과 협정문에 내국민대우 예외 조항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시장접근에 있어 일부 분야는 국내기업을 미국기업과 똑같이 대우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우리나라는 국내법으로 이 같은 예외를 두는 경우가 없다. 대표적인 예로 미측은 미국 연안의 승객 및 화물운송과 여기에 투입되는 선박은 미국산으로 한다는 특수적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유리한 협상분과에서도 우리의 논리가 압도적이지 못해 쉽사리 미국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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