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中가격공세로 재고 급증<br>내년 상반기께나 中업체 구조조정 윤곽<br>전문가들“당분간은‘추운 겨울’ 불가피”
![](http://newsimg.sednews.com/2005/12/18/1HSK78DF32_2.jpg) | 국내 철강사와 대리점들은 요즘 수요 부진에 허덕이며 재고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창고에 수북이 쌓인 철강재가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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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외곽지역에서 10년째 영업중인 열연강판 판매 대리점인 A사. 이 대리점 한 편의 낡은 창고에는 미처 팔려나가지 못한 열연강판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김 모 사장은 “올초까지만 해도 제품이 없어서 미처 팔지 못했을 정도”였다며 “산더미 같은 재고더미를 보노라면 울화통이 치솟아 오른다”고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본사의 영업맨들도 요즘 이래저래 짜증이 나긴 마찬가지다. 영업담당 직원들은 출근 후 책상에 앉자 마자 일선 대리점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열연강판 주문을 강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발 훈풍으로 대리점에서 빨리 열연강판을 갖다 달라는 독촉 전화를 받을 때가 마냥 그리울 따름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몰리는 열연강판 수요를 맞추지 못해 각 대리점과 냉연사의 허수 주문을 막기 위해 실사를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최근 차이나 리스크가 본격화되면서 철강사들이 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산 물량 공세가 겹치며 철근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열연강판 마저 하루가 다르게 재고물량이 불어나고 있다.
이 같은 철강재고 급증은 지난 11월 중국 바오산 강철의 가격 인하 발표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국내산 열연강판 가격보다 무려 5만~7만원 가량 차이가 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물류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10만원 정도의 가격 역전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철강사의 대리점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열연강판 주문을 넣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A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중국 바오산 강철의 가격 인하 발표 이후 국내 철강사 역시 가격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물건을 구매하려는 회사가 없다”며 “하지만 철강사들이 주문을 독촉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B철강사의 박모 과장 역시 “밀어내기식으로라도 물건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늘어나는 재고로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대리점도 마찬가지이지만 철강사 역시 곤혹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때 물밀 듯 밀려오던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 물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중국산 열연강판은 올해초 20만~30만톤 가까이 들어왔지만 ▦9월 8만1,493톤 ▦10월 12만108톤 등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다만 지난 8월 109만톤에 달했던 유통재고는 9월 113만톤, 10월 111만톤으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시중 철강 대리점들이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과 국내산 열연강판 구매를 미루는 대신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철강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철강업계가 재고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철강업계로선 앞으로 ‘추운 겨울’을 좀더 견뎌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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