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한국판 ‘트루먼 쇼’로 초대합니다.” 최근 방송을 보면 자면서 다리 긁는 장면, 밥 먹는 모습, 잠에서 깬 부시시한 모습 등 과거 방송 소재가 되지 않았던 소재가 최근 안방극장을 달구고 있다. 특히 리얼프로그램 ‘하리수의 결혼이야기’ ‘미려는 괴로워’ 등이 논란 속에 방영된 가운데 얼마 전 SBS TV ‘잘 먹고 잘 사는 법’ 특집 방송 ‘거꾸로 하우스’와 위성DMB TU미디어의 ‘올누드보이’ 등 개인사생활을 엿보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의 하루 24시간을 고스란히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영화 ‘트루먼 쇼’를 통해 TV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영화 내용과 달리 대중들은 ‘트루먼 쇼’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시작한 SBS ‘거꾸로 하우스’에는 신청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SBS 관계자는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제작진에게 ‘거꾸로 하우스가 어디에 위치하냐’ ‘출연할 수 있냐’ 등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는 호평도 주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거꾸로 하우스는 10일간 이곳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 400만원 상당의 해외여행 이용권을 받고 체중 감량에도 성공할 수 있다. 실제로 1기에 참가한 가족은 10일간 몸무게를 평균 3㎏나 뺐다. ‘거꾸로 하우스’는 집 전체가 헬스장이다.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도 저절로 다이어트가 된다. SBS가 1년 동안 기획해 10억원을 들여 경기도 파주 교하신도시에 지은 이상한 집이다. 유비쿼터스 체험관인 ‘유비파크’ 옆에 마치 거꾸로 쳐박힌 듯한 모양의 집이다. 창문까지도 온통 뒤집어져 있는 ‘거꾸로 하우스’다. 실내에 들어가기 부터 쉽지 않다. 입구엔 단추가 여럿 있다. 먼저 자기 나이에 맞는 단추를 누르고 정해진 시간 내에 달팽이길을 돌아야 한다. 그래야 현관 입구에 설치된 차단기가 열린다. 거실로 들어가면 울퉁불퉁 요철이 심한 우레탄 바닥 때문에 제대로 중심을 잡고 서 있기가 힘들다. 편히 앉거나 눕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방문에도 차단기가 설치돼 들어가려면 기어가거나 장애물 넘듯 해야 하고, 2층에 있는 방은 암벽 타듯 올라가야 한다. 전등을 켜는 스위치는 천장에 달려 있다. 전등을 켜고 끄려면 점프를 해야 한다. 주방 싱크대의 수도는 스텝퍼를 계속 밟아야 물이 나오고, TV나 헤어드라이어는 DDR을 해서 일정 점수 이상 나와야 사용할 수 있다. 빨래는 정원에 설치된 펌프로 물을 길어 올려 손빨래를 한다. 오후 7시가 넘으면 주방으로 들어가는 모든 출입구가 닫히고, 밥도 정해진 식단에 따라 반 공기만 먹어야 한다. 거실 창문에 버티컬을 치거나 걷기 위해 거실에 설치된 대형 핸들은 온 가족이 함께 돌려야 할 정도로 무겁다. 지난 14일 시작한 ‘DMB판 올드보이’를 내세우는 감금ㆍ탈출 리얼리티쇼 ‘올누드보이’는 출연자 3명이 맨몸으로 밀실에 감금된 채 만두만 먹으면서 지내야 한다. 이들이 탈출할 수 있는 길은 700만원 상당의 경품을 모으는 방법 밖에 없다. TU미디어는 이들의 감금·탈출기를 프리미엄 채널인 TU엔터테인먼트(채널 3번)를 통해 매일 저녁(월∼금) 6시55분부터 매시간마다 5분씩 5차례에 걸쳐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주)파란고양이의 홍재현 PD는 “기획도 형식도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도되는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서 “개그맨 지망생들이 출연해 즉흥적인 재치와 독특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생방송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출연자들은 라이브 개그공연장인 ‘컬투홀’에서 공연하거나 SBS ‘웃찾사’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 “쌍방향 참여가 가능한 DMB의 미디어 성격을 잘 살렸으며, 매시간대 실시간 중계 또한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에서는 보기 힘든 획기적 편성”이라면서 “컨셉트 자체는 뉴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앞선 시도”라고 평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