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외무역협정 총괄책임자가 사실상 양국 간 FTA 타결을 전제로 한 접점찾기 노력을 강하게 시사함에 따라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자동차 업계 등 자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현상태로는 한미 FTA 협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커크 대표는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공개연설에서 “기존에 체결한 FTA들의 비준을 지연시켜온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미국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 등을 마무리 지으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을 포함해 콜롬비아ㆍ파나마 등과 FTA를 체결했지만 국내의 정치적 이유 등으로 비준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커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국 내의 무역확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이들을 거론하면서 “지금은 내부(내수)로 돌아올 때가 아니다”라며 “미래를 위해 더욱 굳건하고 개방적인 무역 시스템의 토대를 닦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미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자 FTA 처리의 걸림돌이었던 GM 등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오바마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도 태도변화에 일조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커크 대표는 현 FTA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기 힘들다고 밝혀 향후 비준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새로운 무역 어젠다가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새로운 협정들은 노동자 권리보호 등 우리의 가치를 반영해 공정한 경쟁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해 일방적인 개방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그동안 FTA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주장해온 한국의 자동차 비관세 장벽 문제, 쇠고기 수입연령 제한 논란 등을 다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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